[시론/윤덕민]北3대 세습 혼란기 만반의 대비를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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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대미문의 사회주의 3대 후계세습을 예상대로 공식화하였다. 김정일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이래 불과 2년 만에 27세짜리 막내아들 김정은을 공식 후계자로 내세웠다. 김정은은 고모인 김경희와 함께 인민군 대장으로 벼락출세했고 44년 만의 당 대표자회를 통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최고 권력기관인 당과 군에서 실권을 장악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中은 다급한데 우리는 느긋

아버지 김정일이 1960년대 말 대내 체제의 대대적 정비와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후계자로 부상하여 1980년 당 대회로 공식적인 후계자로 등장했던 10여 년의 과정을 아들 김정은은 화폐개혁, 천안함 공격 그리고 당 대표자회로 불과 2년 만에 해치웠다. 아버지가 잘 준비된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면 아들은 초단기 속성으로 수료한 셈이다. 3대 권력세습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년간 무리하게 추진된 김정은의 후계세습 과정은 북한 권력 내부에 상당한 부담을 남기고 있다.

중국은 크게 우려한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콧대 높다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최근 3개월 사이 두 차례나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지난번엔 동북3성까지 찾아가 만났다. 중국이 생각하는 북한 상황을 대변한다. 매우 복잡하고 다급하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 인식은 너무 느긋하다. 쌀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 아니면 천안함 정국의 출구문제 정도가 관심이 되고 있다. 북한 권력 이양기를 여하히 대처할 것인가는 사활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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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무엇보다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생각해야 한다. 권력 이양기는 혼란을 동반한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도발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파장이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우선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3대 후계세습을 주도하는 측과의 직접 대화채널도 확보해야 한다. 또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겪을 수 있는 북한 주민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북한 주민의 안전과 인권을 고려하는 조치를 표방하고 적극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과도기를 적극 활용하여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북한이 향후 후계구도를 안착시키려면 대외환경 정비와 함께 민생 안정을 위한 대규모 지원을 해외로부터 확보해야 한다. 북한은 대내적인 정비를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향후 대외환경 정비를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이미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중국에 접근하고 핵실험과 천안함 공격으로 자초한 국제 제재 틀을 깨려 한다. 또한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 우리에게도 유화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위기상황 관리-국제협력 필수

북한이 대외환경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입장을 주시한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책은 북한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이라는 출구를 통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도 중국도 강경한 한국의 입장을 배경으로 북한을 설득한다. 지난 20년간 협상을 위해 북한이 내건 조건을 들어야 했다면, 지금은 한국이 내건 조건을 북한이 충족해야 6자회담이든 대규모 지원이든 얻어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천안함 46명 용사의 희생을 통해 우리는 매우 값진 지렛대를 갖게 되었다.

지금까지 일관된 입장이 주효했다면, 북한이 밖으로 나오는 출구를 틀어쥔 우리가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변화를 촉진하는 매우 유연하고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북한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중국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국제협력 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북한의 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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