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대치동 오선생 연락처 좀…” 서글픈 교육현실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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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특목고에 관심 있는데… ‘대치동 오 선생’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한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기자가 쓴 내러티브 기사(25일자 5면 ‘그는 입시교 교주 같았다’)를 보고 묻는 거였다. 학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건 제 역할이 아니다”며 입장을 설명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특목고에 보내려는데 전문가와 상담하고 싶다”, “진학과 학원문제를 결정하는데 누구와 상담할지 막막했다”… 여러 이유로 오 선생의 연락처를 묻는 e메일도 여러 통 와 있었다.

허탈했다. 기사를 쓰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오 선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사교육 현실을 고발하려 했지만 한편으론 기사가 오히려 그를 홍보해주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다른 사교육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다. 오 선생을 만나러 갔다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컨설팅 비용(100만 원)에 버금가는 ‘취재비’를 들이기도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엄마들에게는 오 선생이 구원의 손길로 보였던 모양이다. 이러니 오 선생이 자랑스럽게 “학교에서 잘 해주면 엄마들이 오겠느냐”고 큰소리칠 수 있었겠구나 싶어 씁쓸했다. 기자가 지난달 21일 소개했던 이화여대부속고등학교 박권우 교사가 떠올랐다. 입시전략실장인 그는 학생 개개인에게 적합한 수시전형을 찾아 논술, 면접, 적성검사를 맞춤형으로 준비시킨다. 1등부터 꼴찌까지 모두 진학시키려고 서울 인천 경기권 70개 대학 입시요강을 줄줄 외우며 안간힘을 쓴다. 그도 “교사들이 해마다 급변하는 진학 정보를 따라가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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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만 준비해도 대학에 갈 수 있으면 사교육 의존도 줄어들 거란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박 교사 같은 선생님이 있는 한 “교사가 노력을 안 하니 나는 오히려 부모들을 돕는 것”이라는 오 선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정책의 목표는 사교육과의 전쟁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안, 입학사정관제 모두 학교중심 교육을 되살리자는 것이지만 목표는 역시 사교육 죽이기다. 하지만 한 유명 사교육업체 종사자는 “오로지 사교육을 없애겠다며 교육정책을 계속 바꾸는 한 불안한 엄마들을 상대로 발 빠르게 입시정보를 파는 제2, 제3의 오 선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의 깊은 수렁을 새삼 확인한 취재였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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