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태동]유머 정치의 미학

동아일보 입력 2010-09-21 03:00수정 2010-09-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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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희랍의 희극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는 “오늘날 정치는 학식이 있는 사람이나 성품이 바른 사람이 하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비판이 아직까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유는 동서고금을 통해 정치인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냉혹하고 무자비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정치를 명예로운 직업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 형제가 무참히 암살당했고 21세기에 들어와서도 2007년 파키스탄의 여성 지도자 베나지르 부토가 정적으로부터 비운의 죽음을 당해야 했던 것은 대표적인 예다.

우리의 경우 짧은 기간에 민주화라는 정치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인의 품격과 정치 행각은 아직까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취임 초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와 그의 사람들이 신뢰와 약속과 같은 도덕적 가치보다 눈앞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의 집중을 선택한 결과다.

사실 정부와 여당은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정치를 부르짖었지만 당내에서조차 단합을 하지 못하는 슬픈 모습을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한나라당은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심각한 갈등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근자에 와서는 친이계 내에서도 핵분열을 해서 조선시대의 사색당파와 같은 이전투구의 양상을 노출시켰다.

다행히도 지난주 박근혜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소통의 문을 열었기 때문인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주선으로 친이계의 핵심 인사인 전재희와 진수희 전·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하여 벽을 쌓고 지내던 다른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나누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작은 이벤트였지만 그것이 지닌 상징성 때문에 정치권이 국민에게 모처럼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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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차가운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박 전 대표가 유연한 자세로 자유로이 유머 상자를 열어 놓아 웃음바다를 이루었다는 얘기는 적지 않은 정치 발전의 의미를 나타낸다. 유머는 갈등과 긴장을 풀어주는 심리 요법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그것과 함께 오는 웃음은 또한 기쁨과 슬픔의 경계선을 넘어 화합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과거의 어리석은 행동과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그의 웃음 철학에서 사람이 균형을 잃은 대상을 보고 웃는 것은 웃음의 대상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차기 대권을 위한 보폭 넓히기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점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자중지란으로 입은 상처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밝은 전망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박 전 대표의 일방적인 힘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두 정치 지도자가 그동안 쌓았던 감정적 앙금을 씻고 상실했던 정치적인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정권 재창출의 길인 동시에 진흙탕에 빠져 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쪼록 그들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치를 명예로운 직업으로 만드는 일에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처럼 기념비적인 큰 발자취를 남기기 바란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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