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신치영]뉴욕 패션위크의 한국 디자이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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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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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까지만 해도 뉴욕에는 세계에서 몰려든 패션회사 관계자와 패션디자이너로 북적거렸다. 9일부터 16일까지 열린 뉴욕 패션위크에 내년 봄 컬렉션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2월과 9월 두 차례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는 파리 밀라노 런던 패션위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쇼로 통한다. 특히 뉴욕은 패션시장 규모가 약 1000억 달러(약 120조 원)에 이르고 파리의 두 배인 800여 개의 패션업체가 몰려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1943년 미국의 몇몇 패션회사가 당시 프랑스 패션쇼를 참관하러 갈 돈이 없어 소규모로 시작한 뉴욕 패션위크는 이제 세계 패션을 좌지우지하는 이벤트가 됐다.

이 때문에 뉴욕 패션위크가 열리는 기간이면 세계 패션 중심지인 뉴욕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려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패션쇼가 쉬지 않고 열린다. 이번에도 마이클 코스, 마크 제이콥스, 베라 왕, 캘빈 클라인, 랠프 로런, 토미 힐피거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와 의류회사의 패션쇼가 이어졌다. 그리고 패션위크가 열리는 링컨센터 내 행사장에는 매일 수만 명의 관객이 몰려 내년 봄 패션 트렌드를 지켜봤다.

올해 뉴욕 패션위크의 가장 큰 화제는 아시아계 디자이너의 부상이다. 뉴욕 아방가르드 디자이너의 정상에 서 있는 중국계 디자이너 안나 수이,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브닝드레스를 디자인해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일본계 쇼지 다다시,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의 화려한 드레스를 디자인해 화제에 오른 네팔계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 잇따라 열리는 아시아계 디자이너의 패션쇼 현장은 관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까지 미국 패션계를 주름잡았던 캘빈 클라인, 랠프 로런, 마크 제이콥스, 마이클 코스 등 유대계 디자이너의 자리를 최근 몇 년간 아시아계 디자이너가 채워가고 있다고 평했다. 패션쇼에서 만난 유명 디자이너 스쿨인 파슨스의 사이먼 콜린스 학장은 “요즘 뉴욕 패션업계에서는 ‘유대계 마피아’와 ‘아시아계 마피아’의 경쟁을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시아계 디자이너가 뉴욕에서 유독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유럽 패션업계에 비해 미국 패션업계가 개방적이어서 아시아계 디자이너가 접근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한국 패션업계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정부가 한국 패션의 뉴욕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콘셉트 코리아’의 데뷔 무대가 차려졌다. 심사를 통해 선발된 3명의 디자이너가 합동 패션쇼를 열었다. 1000석의 좌석을 꽉 채우고도 200여 명은 뒤쪽에 서서 한국의 패션쇼를 지켜봤다. 현지 언론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현장에서 만난 뉴욕의 패션전문가들은 디자인이 참신하고 색상이나 섬유의 질감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첫 무대인 만큼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같은 무대에서 잇따라 열린 3명의 디자이너 패션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았고 이들의 디자인에서 한국적인 요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심지어 한 디자이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응용한 디자인은 일본 디자이너 패션쇼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는 말도 들렸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뉴욕 패션위크의 창시자 중 한 명인 펀 맬리스 전 IMG 대표는“아무리 새로운 것을 찾는 뉴요커이지만 한두 번의 패션쇼가 열렸다고 한국 디자이너의 옷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신치영 뉴욕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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