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준희]동아일보 연수를 마치며…언론자유와 여론재판의 고민 속에서

동아일보 입력 2010-09-14 03:00수정 2010-09-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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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부터 9월 10일까지 4주간 동아일보에서 파견 연수를 했다. 연수의 목표는 헌법재판소에 몸담은 헌법연구관에게 언론기관의 기능과 업무를 배우고 사회 현상의 다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동아일보 편집국 부서와 미래전략연구소를 돌아다니며 기자의 취재 모습과 신문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참여할 수 있었다. 평소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던 다문화가족 여성과 ‘사할린 할아버지’를 만나고 인터뷰에 동참한 경험이라든가 기사 작성의 최종적인 가치평가가 이루어지는 편집회의의 생생하고 급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은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관찰자, 전달자, 공익의 감시자, 역사의 해석자, 현실의 기록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판단 자료의 제공자, 국민의 교수(敎授), 사회 개혁자 등등 기자의 역할을 설명하는 단어는 많다.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흥미 및 평이성의 요소와 정확성의 요구를 어떻게 모두 갖출까? 속전속결로 사실을 전달하는 일과 해설 및 의견을 가미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나아가 여론을 선도하는 일은 어떻게 하나? 시의성이 중요한 정보를 보도하면서도 사회의 곳곳에 눈을 돌리고 소수자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일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기자들이 매일 취재과정 및 신문제작 과정에서 맞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의 순간은 그 일의 무게와 어려움이 어느 정도인지 어렴풋이 느끼게 해 줬다.

연수를 받은 첫날의 일이다. 사회부 사건팀의 회의를 기다리던 중 탁자 위에 수북이 쌓인 우편물 가운데 법원에서 온 서류가 눈에 띄었다. 앞면을 보니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동아일보 ○○○의 이름이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난에 있었다. 몇 달 전 신문에 보도된 사건이구나 싶었다. 언론과 사법부 및 검찰의 관계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흔히 사법부와 언론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라고 한다. 언론은 법원, 검찰의 활동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역할뿐 아니라 사법부가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언론과 관련된 문제에 법원이 사법적 결정을 내리는 경우 앞의 예처럼 언론이 재판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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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설립 초기부터 언론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명예의 보호를 위해 자유로운 보도가 제한될 수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도 제한된다. 문제는 자유로운 언론보도의 근거와 보도 제한의 근거를 어떻게 조화할지 실제 사건에서 이를 판단하기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이에 사법부는 재판을 함에 있어 언론의 비판 및 의혹제기 기능이 위축되지 않도록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한편 최근에는 정보매체의 발달로 법원 정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고 국민의 참여재판과 같은 사법참여가 증가하면서 언론과 법원이 새로운 환경을 맞고 있다. 앞으로는 사법부의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재판에 관련한 보도가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므로 대비책이 필요하다.

요즘은 예전에 비하여 법원이나 검찰에서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기자의 정보 접근이 많이 제한된다고 한다. 변화된 환경에서는 언론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하는 공정한 보도를 규범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어떠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고 이를 어떻게 보도할지 제도적인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준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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