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재헌]정부에 해외플랜트 전담기관 있어야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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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390억 달러의 해외 수주로 자동차 및 반도체와 함께 주요 성장산업으로 떠오른 해외플랜트 수주산업 관련 기업은 요즈음 고민이 많다. 이란의 핵개발을 제지하려는 유엔의 제재결의안에 이어 한국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매년 40억∼50억 달러씩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안보의 문제뿐만 아니라 매년 100억 원대의 일감을 수주하던 해외플랜트 사업에도 불똥이 튀었다. 향후 수주도 문제이거니와 이미 수주하여 진행 중인 사업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많다.

최근에는 미국의 연방회계감사원이 이란의 에너지 분야 사업에 참여하면서 미국 정부 사업을 수주한 경력이 있는 한국의 대표적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을 명시적으로 지목하고 “이란과의 거래를 계속하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중동시장 편중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이 볼 때 최대 잠재고객인 이란시장을 잃는다는 것은 3년 전부터 시작된 제2중동 붐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1980년 이란-이라크전쟁 때 서방 기업이 철수한 급박한 상황에서도 한국 기업은 공사현장을 목숨 바쳐 지키면서 이란시장을 일궜다.

한국 기업의 해외영업이 위축되어서는 안 되므로 정부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는 여러 방면의 전문가 의견이 큰 도움이 되므로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 정부 시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못하는 기업의 속성상 참고인 자격으로 의견을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이 직접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란 관련 사안은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에는 아주 위험하고 사활이 걸린 문제다. 기업이 태스크포스에 참여한다면 적극 협력할 것이다.

리비아와 외교마찰이 생겼다가 해결되는 과정에서는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의 노력이 도움을 줬다. 정부 간의 협상에만 기대기에는 너무 절박했기 때문이다. 리비아 사회간접자본 개발에 참여한 회사는 외교마찰을 해결하는 데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공사를 추가로 수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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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플랜트 수주에 의한 수출효과는 30조 원에 이른다. 이란 제재라는 난관을 넘기더라도 또 다른 난관이 항상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미봉책 이상의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외플랜트 관련기업에서는 가칭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협력실’의 설치와 해외플랜트EPC사업지원법의 제정을 희망했다. 일본의 경우 국제플랜트협력실을 정부에 만들었다. 여기에는 관련 기업이 전문가를 파견시키는 것으로 안다.

해외플랜트를 수주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의 협력이 요구된다. 개별 해외플랜트 관련 기업이 이렇게 많은 정부부처를 일일이 찾아다니고 상의하기는 힘들다.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주무 부처를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란제재 사안을 계기로 플랜트EPC협력실과 같은 전담기관을 설치하여 여러 난관을 해결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플랜트 수주가 순조롭도록 지원해야 한다. 값싸고 품질 좋으면 언제라도 가능한 제품 수출과 달리 플랜트EPC사업 수주는 발주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끝장이다. 이란과의 관계가 평상으로 돌아온 후,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플랜트EPC시장에 중국의 오성기가 뿌리를 내리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이재헌 한국플랜트학회 회장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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