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장환수]이게 공정한 사회인가 -스포츠팬십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03:00수정 2010-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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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8월 24일 사직야구장. 9회말 2사 후 KIA 윤석민이 던진 공에 롯데 조성환이 머리를 맞았다. 윤석민은 이재오 특임장관처럼 허리를 90도로 굽혀 사과했다. 그러나 흥분한 롯데 팬들을 진정시킬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마운드에서) 내려라”를 연호했고 일부는 빈 병을 던져댔다. 하필이면 윤석민은 불과 아흐레 전 롯데 홍성흔의 손등 뼈를 부러뜨린 ‘전과 2범’. 조성환은 지난해 SK와의 경기에서 채병용의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KIA 조범현 감독은 눈도 꿈쩍 안했다. 윤석민은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1-2. 롯데 팬의 공세는 날이 밝은 뒤에도 계속됐다. 롯데 구단은 “윤석민이 병상의 조성환에게 사과 전화조차 안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급기야 사건 이틀 뒤 윤석민도 입원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극단적인 불안 증세인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원인이었다. 이번엔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팬과 소속 팀을 거슬렀다. “미국에서는 이런 일로 미안해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윤석민이 빨리 회복해 그라운드에 돌아오길 바란다.”

두 감독이 어떻게 된 것일까.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 잠시 망각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두 감독은 윤석민의 고의성 여부에 중점을 뒀다. 조 감독의 주장은 윤석민이 위협구를 던질 의도가 없었고, 몸에 맞는 볼에 대한 대가(1루 출루 허용)를 치렀기에 2점 차 긴박한 리드에서 마무리 투수를 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난해 조성환의 광대뼈 함몰 사건 때 SK 김성근 감독에게 “야구가 그런 경기다. 사과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한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한 스포츠 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뛰는 대부분의 외국인 야구선수는 윤석민이 90도 인사를 한 것이 오히려 지나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이런 상반된 견해는 단순히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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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4월 7일 사직야구장. 7회말 롯데 카림 가르시아는 LG 오상민의 공에 옆구리를 맞았다. 누가 봐도 위협구였지만 다혈질로 유명한 가르시아는 잠시 눈만 부라렸을 뿐 조용히 1루로 걸어 나갔다. 이에 앞서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5회말 3루 주자였던 가르시아는 박종윤의 1루 땅볼 때 LG 포수 김태군을 거칠게 밀치며 홈을 파고들었다. 접전이 아니라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배운 대로 했다. 홈 플레이트는 1, 2, 3루와는 달리 포수가 블로킹이 가능하고 주자는 포수와 몸싸움을 해야 하는 곳이다. 다만 가르시아는 보복을 당했어도 자신 때문에 다친 김태군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었다.

야구장은 전쟁터다.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매 순간이 승부다. 4명의 야구 심판은 한 경기에서 약 300개의 판정을 내린다. 그 갑절만큼 울고 웃는 경우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꼭 지켜야 할 불문율은 있다. 고의로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팬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환호하고 야유할 수 있지만 경기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 선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이번에 KIA나 롯데 선수단 중 잘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 윤석민만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 이제 팬들도 바뀌어야 한다.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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