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1일 만에 중국 다시 간 김정일, ‘급한 속사정’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어제 새벽 전용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급박한 속사정이 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5월 3∼7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초청으로 방문한 이후 111일 만의 이례적인 재방문이다. 김 위원장은 2001년 1월에도 8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다.

현재 평양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가 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것은 후계구도와 관련한 중대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음 달 초 44년 만에 열릴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3남 김정은의 권력세습을 공식화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해야 할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천안함 사태 이후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압박으로부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혹은 최근 수해와 경제상황 악화로 중국의 대규모 경제 지원이 절실해 중국에 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요즘 한반도 주변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다. 중국과 북한은 천안함 사태로 조성된 긴장 국면을 20개월째 중단돼 있는 6자회담의 재개(再開)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우다웨이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는 지난주 북한 방문에 이어 어제 서울에 왔다. 북한이 밝힌 6자회담 재개 의사를 전달하고 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최근 “천안함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은 아니다”라고 말해 6자회담 재개에 관한 태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낳았다.

미국 정부는 카터 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특사 자격이 아니며 단지 억류 중인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북한과 미국이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회담을 위한 회담’에 반대하고 있고 미 행정부는 “똑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는 않겠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바 있다. 핵문제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획기적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상황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국과 북한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과 중국의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활동, 북-미 관계의 변화 가능성 등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북정책의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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