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오장풍’ 걸러내고 합리적 代替罰로 교육 효과 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한 학생은 학교에서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교사로부터 108배(拜)를 하라는 벌을 받았다. 이 학생은 절을 하는 동안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교사가 내린 벌에 100% 승복했다. 기독교 신자인 학부모는 불교에서 나온 108배라는 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가 “종교적 의미는 없고 체력단련에 좋지 않느냐”는 교사의 설명을 듣고 수긍했다. 합리적 대체벌(代替罰)은 감정 섞인 체벌이나 인격모욕적인 질책에 비해 수용도와 교육적 효과가 크다.

지난달 서울 한 초등학교의 오모 교사가 남학생을 마구 때리고 발로 차는 동영상이 공개돼 ‘오장풍’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올해 2학기부터 체벌을 전면금지하라는 지침을 내려 논란을 불렀다.

정부가 체벌금지를 명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체벌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변화를 교육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18일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을 금지한다는 기본 원칙을 정한 뒤 훈계 보호자상담 등 대체벌을 마련하거나 손들기 팔굽혀펴기 같은 간접적 체벌을 가하는 두 가지 방안을 대안(代案)으로 제시했다. 교원단체들은 ‘법령 개정은 시의적절하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제도개선 방안이 나온 것은 환영’(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교총이 교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체벌은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52.8%나 됐다. 즉각적인 행동교정이 필요한 학교현장에서 판단능력이 미약한 어린이 청소년들은 고통 없는 벌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총 의견대로 손 발 등 신체 부위를 사용한 체벌은 전면금지하되, 도구를 이용한 체벌 및 간접적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체벌금지가 교사의 수업권 상실이나 학생 통제 포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

좌파 교육감들은 올해 7월 취임 이후 체벌금지와 교내시위의 자유를 한데 묶어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체벌금지는 학생들에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옳다. 정부는 교사에 대한 자질 검증을 철저히 해 감정 섞인 폭력적 체벌을 행사하는 부적격 교사들을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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