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중희]선진국형 ‘신소재 CNG탱크’ 정부서 외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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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을 달리던 압축천연가스(CNG) 버스가 폭발해 17명이 크게 다친 사고는 이미 예견돼 왔던 참사다. 2000년부터 국내에 CNG 버스를 도입해 도심의 공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압의 천연가스를 압축 저장해 운행하는 CNG 버스는 저장탱크가 안전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런 끔찍한 가스 폭발 사고를 낳을 수 있다. 언론의 충분한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지 그동안 같은 사고가 8차례나 발생한 것은 좋은 예다.

정부의 대응은 매우 미약해 안전불감증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CNG 저장용 금속재 탱크(속칭 타입 2)는 피로파괴에 매우 취약하고 부식에 약할 뿐 아니라 워낙 무거워서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

탱크 제작 과정에서 용기의 열처리 잘못이나 운행 중 사소한 충격, 가스 주입 시 조그만 부주의에도 폭발할 수 있다. 선진국 같았으면 이미 전량 리콜했을 것이다. 도요타자동차의 ‘브레이크 시스템 손상’ 리콜 사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말 그대로 시한폭탄이 서울 도심을 휘젓고 다니는 셈이다. 연료소비효율이라도 높으면 또 모르겠지만 탱크가 워낙 무거워 연비도 매우 낮다.

천연가스는 공기보다 가벼워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염이 밑에서부터 승객을 곧바로 집어삼킨다. 따라서 CNG 저장탱크는 버스 밑바닥 아닌 버스 지붕 위에 설치해야 한다. 그래야 폭발 때 사고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사용 중인 금속재 탱크는 매우 무거워 버스 밑바닥인 승객의 좌석 밑에 설치했다. 승객은 가스폭탄 위에 앉거나 선 채로 버스를 타는 셈이다. 그런데도 방치되는 이유는 천연가스 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불합리한 보조금 제도 탓이 크다. 당시 제작되던 금속재 탱크를 기준으로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 최근 새롭게 개발한 첨단 신(新)소재 안전탱크는 보조금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미국 일본 등 거의 모든 선진국에선 오래전부터 항공기나 우주선에 사용하는, 가벼우면서도 매우 단단한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해 탱크를 만든다. 신소재 탱크는 안전할 뿐만 아니라 가벼워 연료 절감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3, 4년 전부터 이런 기술을 적용한 CNG 탱크를 생산하지만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버스회사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기술 개발의 속도를 못 따라가는 전형적인 예다. 정부는 이제라도 CNG 버스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과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중희 전북대 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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