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서민 위의 ‘특권 세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2일 03시 00분


특권(特權)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은 국무총리 공직윤리지원관실만이 아니다. 검찰이 그제 본격 수사에 착수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거액 비자금 조성 사건에도 권력층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있다. 2009년 재선임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사장 연임 로비자금으로 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금은 임천공업 비자금 조성 관계만 수사한다”고 선을 그었다. 남 사장의 로비 대상으로는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여권의 거물급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 사건 수사가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사찰 사건처럼 ‘깃털’만 잡아내는 데 그치면 국민의 냉소를 피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 평등한 것이 법치주의의 이념이다. 그렇지만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오남용(誤濫用)되고 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과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이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은 특별한 사람들에게 더 온정적이다. 생계형 범죄자 사면은 구색으로 끼어들어간 것 같다. 노건평 씨가 사면될 경우 전직 대통령의 가족은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사면권 오남용이 지속된다면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 권력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고 사법부의 권위에도 상처를 입힌다.

‘서민 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도 특권 감싸기에 바쁘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자신이 이사장을 맡았던 학교법인에서 80억 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의원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연중무휴(無休)로 임시국회를 열었던 민주당이 국회에 강 의원 체포동의안이 회부됐을 때도 범법자 보호에 앞장선다면 30개의 친(親)서민 정책이 무색해질 판이다. 한나라당 역시 동료 의원 구명을 위해 체포동의안 자동폐기에 공모(共謀)한다면 특권의 담합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어제 이임식을 가진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사회적 약자에게만 준법을 강요하는 것은 진정한 법치주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서민의 곤고(困苦)한 삶 위에 특권 지대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비치는 세상에서 정치권이 외치는 친서민 구호는 공허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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