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정일이 바뀔 때까지 돈줄 죄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3일 03시 00분


미국이 준비하고 있는 추가 대북(對北) 제재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국을 방문 중인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은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재래식 무기거래와 사치품 구입, 기타 불법행위를 겨냥하는 조치를 새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인혼은 “불법 행위에는 미국 화폐와 상품 위조, 마약 밀수, 국제금융 및 은행시스템상 불법적이고 기만적 행동들이 포함된다”면서 몇 주 안에 제재 대상 북한 기관과 기업, 개인의 리스트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에 근거해 이미 대북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북한의 22개 기관 및 기업, 개인 1명은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행정명령을 통해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미국은 핵무기와 WMD뿐 아니라 북한의 다른 불법행위로 범위를 넓혀 전방위 맞춤 제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인혼은 “북한이 불법 행위를 통해 수억 달러를 벌어들여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사치품 구입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 WMD 개발과 북한 지도부로 흘러들어가는 ‘돈줄 차단’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제재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아인혼은 국제 공조를 위해 유럽에 이어 한국을 찾았고 일본과 중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북한은 이에 맞서 스위스를 비롯해 노출된 은행에 있는 계좌들을 다른 나라로 옮기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은행에 상당한 자금을 분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아인혼은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이 성의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이번 대북 제재의 성패는 중국의 협조 여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는 중국 설득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아인혼은 “회담을 위한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북한은 이번에는 (비핵화) 약속을 지키는 데 진실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금융제재 때처럼 ‘6자회담 복귀’라는 꼼수로 제재 국면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경고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추가 제재는 북한 주민이 아닌 지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집단이 핵을 포기하고 천안함 폭침 도발을 인정할 때까지 대북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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