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정훈]북한 군인 정보화운동 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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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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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대북 심리전을 “유엔 안보리 조치가 끝난 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심리전을 재개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드는 무자비한 타격을 하겠다”고 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의 협박에 겁먹은 것이 아니길 바란다.

심리전에는 전시 심리전도 있고 평시 심리전도 있다. 인민군 총참모부는 우리가 재개하려는 심리전을 ‘전쟁 수행의 기본 작전 형식이며 선전포고’라고 규정했다. 김정일 집단이 한미 연합군의 보복으로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면 북한 주민은 살기 위해 똘똘 뭉친다. 우리의 심리전에도 귀를 막을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A 매슬로(1908∼1970)는 인간의 5단계 욕구발전론을 제시했다. 1단계는 배고픔 같은 생리적인 욕구 해결에 치중하고, 2단계는 신체적 위협을 피하는 안전을 추구한다. 3단계는 주위 사람과 유대를 맺어 소속감을 가지려 한다. 4단계는 주위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어 하며, 5단계는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 단계를 말한다.

북한 군인들의 ‘눈높이’를 찾아내야만 심리전에 성공할 수 있다. 북한인들은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했고 한미 연합군의 응징을 피해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으니 1, 2단계 욕구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군인 중에는 노동당원이 될 꿈을 가지고 입대한 사람이 적지 않다. 인민군은 똑똑한 병사를 뽑아 강건종합군관학교로 보내 초급 군관(장교)을 만든다. 초급 군관 가운데 뛰어난 이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입교시켜 고급 군관으로 키운다. 꿈이 큰 사람일수록 정보 욕구가 강하다.

북한은 교통망이 나빠 전선의 병사들은 노동신문을 2주일 뒤에나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제3국을 통해 5일 만에 받아본다. 이러한 배달 시차를 이용해 북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 “엿새 전 지도자 동지께서는 ha당 500kg이라는 가장 많은 소출을 낸 함흥의 ○○농장을 방문해 격려하셨습니다”라는 북한 보도를 인용한 후, “남조선 평택의 △△농장은 ha당 1t의 소출을 올렸습니다”라며 남북을 비교하게 하는 것이다. 정확한 일기예보를 바탕으로 “인민군 장병 여러분, 오늘은 빨래하지 마세요. 내일 비가 옵니다”라는 생활 정보를 제공해준다.

정보가 정확하면 듣게 되고, 비교를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우리는 왜 늦지’ ‘왜 못하지’라는 의문을 품다 나름대로 원인 제공자를 찾게 된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유유상종(類類相從)으로 모여 욕구를 3단계로 올린다. 귓속말을 하며 은밀한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정보에 밝아진 군인들이 북에서 ‘휘발성이 강한’ 집단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제품 정보를 알기 쉽게 만들어 놓은 것이 광고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처음에 TV 광고를 열심히 본다. 동독인들은 서유럽 방송을 청취할 수 있었기에 1990년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똑똑한 북한 장병을 상대로 한 방송이라면 군인들이 아니라 정보를 알기 쉽게 가공해 전달하는 광고-홍보 전문가들이 하는 게 낫다.

국가인권위원회 김태훈 인권위원도 대북방송은 비방이 아니라 북한 군인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고리타분한 심리전이 아니라 북한 군인과 주민을 깨우치고 바깥세상 소식을 전하는 정보화 운동을 펼쳐야 할 때다.

이정훈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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