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 배터리공장을 “미국의 미래”라고 한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LG화학이 미국 미시간 주 홀랜드 시에 짓는 전기자동차 배터리공장 기공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참석한 것도 뉴스지만 그의 축하메시지는 더욱 곱씹어볼 만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단순히 새 공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 이 주, 이 나라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짓는 것”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기공식은 인구 3만4000명의 소도시 홀랜드의 지역축제 같았다. 공장이 완공되는 2년 뒤엔 이곳에서 만든 배터리가 미국 GM과 포드사의 전기차에 장착된다. 13.6%의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미시간 주는 ‘세계 배터리의 수도(首都)’로 거듭날 것이라는 기대에 차 있다.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통해 경제를 회생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미국 정부는 이 공장에 3억 달러를 투자하는 LG화학에 투자액의 절반인 1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인센티브를 줬다. 일방적으로 돈을 쏟아 붓는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민간기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경제까지 살리려는 정책이다.

제니퍼 그랜홈 미시간 주지사는 제조업이 빠져나간 지역에 21세기형 산업을 끌어오기 위해 LG화학에 1억3000만 달러 상당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제회생이라는 목표를 위해 호흡을 맞추면서, 투자 유치라면 국내외 기업을 따지지 않고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미국이 부럽다. 우리나라라면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 일각의 반(反)기업 정서를 겁내지 않고 이만한 지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부 세력은 특혜 시비부터 벌였을지 모른다.

LG화학은 지난해 GM의 전기차 시보레 볼트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돼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후 오바마 대통령의 기공식 방문으로 성가를 더 높였다. 한때 일본이 지배하던 니켈수소 방식의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LG화학은 리튬이온 방식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LG화학의 2차전지는 미국의 미래이기 이전에 녹색성장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미래이기도 하다. 홀랜드 시에 건설되는 것과 같은 고부가가치 공장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들어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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