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간호사 부족’ 의료법 위반, 구경만 하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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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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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급성기관지염으로 A대학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입원 기간 내내 응급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불안했다. 하루 종일 먹은 음식량, 배설된 소변량 등을 꼬박꼬박 일지에 적는 것은 부모의 몫이었다. 우는 아이를 달래며 코와 입에 기구를 씌워 기관지확장제도 흡입시켜야 했다. 제대로 약이 들어가는지 의심스러웠지만 간호사에게 물어보기는 어려웠다. 간호실습을 나온 학생이 체온을 재고 약을 주고 갔을 뿐이다. 아이의 숨소리가 가빠 간호사를 호출했더니 한참 뒤에 헐레벌떡 뛰어왔다.

기자만 겪는 일은 아닌 모양이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이 2월 입원 환자들이 1일 간호사와 대면하는 시간을 조사했더니 42.1%가 10∼30분, 29.8%가 10분 이하였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의사들의 ‘3분 진료’뿐 아니라 ‘10분 간호’에 불만을 터뜨렸다.

간호사를 보기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병원들이 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병원 10곳 중 9곳이 법정 간호인력(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2.5명)을 지키지 않아 의료법을 위반한 채 운영하고 있었다. 2007년 법정 간호인력을 준수하는 병원이 전체의 20%였으니 상황이 더욱 나빠졌다.

전국 1534개의 병원 가운데 간호인력 규정을 충족해 법을 지킨 1∼3등급 병원은 11%에 불과했다. 최하 등급인 7등급(간호사 1명당 입원환자 6명 이상)은 무려 70%에 달했다. 지방 중소병원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7등급 병원의 지역별 비율을 보면 전북이 86%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충남(84%) 경남(82%) 강원(79%) 경북(77%) 순이었다.

정부는 시범사업 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을 내년부터 확대할 예정이다. 보호자 대신 간병인을 고용해 환자를 돌보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보건산업진흥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이 전면 실시될 경우 인력기준 충족을 위해 6만9824명의 간호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료법을 위반한 병원에 시정명령만 내릴 뿐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 폐쇄 등 강경한 제재는 오히려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법정 기준을 준수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간호등급관리제를 실시하고 간호대 정원을 늘리고 있어 앞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7등급 병원은 건강보험에서 나오는 간호관리료를 5% 덜 받지만 간호사를 쓰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된다며 7등급을 감수하고 있는 현실에서 복지부의 대책은 유명무실하다.

복지부는 간호사 한 명이 담당하는 중환자를 1명씩 줄이면 환자 1000명당 평균 15명의 사망자를 줄인다는 연구 결과(조성현 한양대 의대 연구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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