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내영]과감한 국정쇄신만이 국정 주도권 지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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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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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선출된 역대 정부의 국정 경험을 살펴보면 집권 초기에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다가도 임기 후반기에 갈수록 지지율은 하락하고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기대와 실망의 사이클이 예외 없이 반복되었다. 임기 후반에 힘이 빠지는 단임 대통령제가 가지는 숙명적 한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임기 중반을 넘어 권력이 집중되면서 인척과 측근의 장막으로 인해 대통령 스스로 민심의 흐름에서 멀어지는 것을 피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임기 후반기에 들어서는 현 정부는 이러한 불행한 사이클을 피할 수 있을까? 6·2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국정 지지도가 50%에 육박했으므로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러나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예상외로 고전하고 민심이반이 확인되면서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주 동아시아연구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43.0%로 상당 폭 하락하였고 정당 지지도는 한나라당 33.8%, 민주당 27.1%로 나타나 지방선거 이전까지 유지되던 10%포인트 이상의 지지도 격차가 대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임기 후반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잃고 표류했던 전임 정부의 전철을 피하기 위해 현 정부가 취해야 할 자세는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경고 메시지를 제대로 읽고 국정운영의 기조와 추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과감한 국정쇄신에 나서는 것이다. 지방선거 이후 침묵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연설에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후반기의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혁하고 상당한 폭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진용 재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일 것이다.

6·2지방선거 민심이반은 독선 탓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 정부 여당은 주요 정책에 대한 재검토와 수정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국회 표결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했고 4대강 사업도 규모를 줄이거나 지방정부와의 협의 아래 집행하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국회 표결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하면서도 상임위만이 아니라 본회의의 표결 절차를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국정쇄신을 위해 주요 정책을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국정운영의 스타일을 바꾸는 일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심이반이 나타난 큰 이유는 주요 정책에 대한 반대만이 아니라 정부 여당의 독선과 소통 부재의 정치에 대한 반대와 관련이 많다. 특히 민주적 가치를 내면화한 세대인 20, 30대가 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주요 이유는 미네르바 사건, 연예인 김제동 씨의 방송 하차 논란을 통해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과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행태에 강한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으로서는 국정운영에서 민주적인 절차를 존중하고 야권과 소통하며 반대세력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정쇄신을 위해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는 여당 내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 당내 분열을 끝내는 일이다. 정부 입장에서 야당의 발목잡기도 국정운영에 큰 장애가 되지만 여권이 분열되어 친박계가 여당 안에서 야당의 태도를 보여 온 것도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친박계의 반대 때문에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되었다.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야권은 후보단일화를 이루었는데 여당은 친박과 친이로 갈라져서 힘을 모으지 못해서다.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친박계의 협조 없이는 현 정부가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의 딜레마는 친박 세력을 제어할 힘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나 친박계도 갈등이 깊어지면 한나라당이 향후 총선과 대선정국을 앞두고 분당 사태 등 심각한 내홍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박근혜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민-친박-野와 소통의 길 마련을

마지막으로 국정쇄신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새로운 국정운영을 주도할 수 있는 참신한 인물로 내각과 참모진을 교체하는 인적쇄신을 이루는 일이다. 어떤 인물을 발탁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국정쇄신 의지가 드러나고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후기 내각과 참모진으로는 가능하면 인재풀을 넓게 활용하면서 야당 및 여당 내의 다양한 세력과 대화와 협력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를 바란다. 특히 청와대 참모진에는 대통령에게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 직언할 수 있는 인물이 포함되어야 한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박 전 대표의 총리 기용 안은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겠지만 여권 분열을 종식시킬 수 있는 획기적 대안으로 검토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보인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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