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종선]다름이 주는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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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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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대화 중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판단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상대방의 눈을 보지 못하는 표정, 말을 더듬는 행위가 우선 떠오른다. 미국의 행동심리학자에 따르면 그 외에도 거짓말을 할 때는 손바닥을 상대방에게 많이 보인다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인물도 자신의 속을 내보이듯 믿어달라는 제스처로 이 동작을 많이 한다는 말이다. 정면을 응시해야만 하는 기자회견에서는 눈을 자주 깜박이며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

한 예로 르윈스키와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았다고 말하던 기자회견장에서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눈 깜박임은 평소의 40배였다고 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던 피노키오도 그리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거짓말을 할 때면 코 안의 발기 조직이 충혈돼서 코가 팽창하니까 커진다는 얘기와 다소 유사하다. 더구나 거짓말의 긴장감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코끝에 분비물이 나와 코를 만지는 행동을 한다고 한다. 이때의 동작은 코만 만지지 않고 거짓말하는 쑥스러운 입까지 가릴 수 있어 선호한다고 한다. 얼굴이 붉어지는 모습도 한 증상인데 들킬까봐 방어적으로 팔짱을 끼는 동작도 있다. 다리를 꼬는 동작도 마찬가지다.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나온 샤론 스톤의 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자, 이제 우리는 거짓말을 다 잡아낼 준비가 됐을까. 거짓말을 하는 순간이 아니고도 위의 동작을 평소에 하나의 습관처럼 하는 이가 많다는 게 문제다. 나 역시 강의 중 오해를 받지 않도록 부적절한 표현을 개선하자고 강조하지만 세상 사람은 참으로 다양하다. 가급적 오해를 피해갈 필요는 있지만 어느 틀에 끼워 맞춰 해석하기가 어렵다.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어느 최고경영자(CEO)가 한숨을 여러 번 쉬기에 지루하냐고 물으니 전혀 그렇지 않으며 본인은 집중했을 때 한숨을 몰아쉰다고 답한다. “통화 가능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내면 보통은 2, 3분 안에 상대가 전화를 걸어온다. 어떤 이는 “네” 하고 답문을 보낸다. 외국에서 오래 지낸 그에게 우리의 통상 응대를 설명하니 본인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는 범위에서 괜찮다는 뜻을 전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상대가 그 1, 2분 사이에 다른 통화를 할지 몰라서 하는 배려라고 덧붙인다.

약속시간 1시간 전에 변경에 대한 통보를 문자로 하는 이도 있다. 보름 후 있을 약속 변경에 대해 직접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하고 대안의 선택을 제시하는 이도 있는데 말이다. 통화를 못할 사정이야 있겠지만 사람은 이렇게 참 다르다. 이토록 다양한 사고와 판단, 행동 유형을 가진 이들과 우리는 내내 함께 살아야 한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는 16가지 유형으로 판단과 행동을 분류한다. 에니어 그램(ennear gram)은 에니어가 뜻하듯이 9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 중에 틀린 것은 없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설명한다. 서양권과 달리 우리가 농담처럼 자주 언급하는 혈액형의 분류와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서로 이렇게 다르니 상대를 이해하고 마찰 없이 함께 가자는 것이다. “누가 틀린 게 아니고 서로 다른 것이다”라던 틱낫한 스님의 말씀은 화를 많이 잠재운다.

속이 터질 것 같이 화나는 상대도 해석하기 나름이다. 답답한 듯한 내성적인 직원은 무게와 깊이가 있어서 좋다. 외향적인 직원을 가볍게 여기자면 한이 없고 활기 있고 의욕적인 면으로 해석하면 그것도 맞다. 소심하다고 느꼈던 그가 한 일은 틀린 숫자 찾기가 어려울 테니 안심이고 매일 헛소리만 하는 것 같은 상상력이 풍부한 직원의 한마디가 신제품의 시작을 만든다.

이렇게 서로 다름의 공존 속에서 스스로에게 줄 선물은 균형감이다. 연기자가 하나의 캐릭터를 소화할 때는 누가 보아도 ‘딱이다’ 싶게 치우쳐야겠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 속에서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데는 균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번 혼란스럽게 번갈아 내놓자는 것이 아니라, 평소 늘 쓰지는 않아도 필요할 때는 불편 없이 쓸 수 있는 어학수준으로 준비해 두자는 말이다. 건강관리도 균형감이 중요하고 경영의 감각도 그러하고, 와인 맛도 산도 당도 타닌의 균형감을 말한다.

삶을 풍성하게 하는 균형감

가만히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칭찬할 때 역시 그러하다. 대단한 집안인데 참 소탈해, 참 유능한데 겸손해, 일도 잘하지만 인간적이야…. 우리는 이런 말이 주는 균형감에서 호감과 매력을 느낀다. 서로 다르다는 이해와 더불어 타고난 자신의 DNA와 성장하며 덧붙여진 흔적들을 다듬으며 균형감을 이뤄 나가는 일. 거창하게 성장, 성숙을 말하지 않아도 애초의 나에게 부족한 점을 채우며 조금씩 둥그렇게, 조금씩 커지는 나를 만드는 일. 어쩌면 그것이 내 인생에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이종선 이미지디자인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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