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60년 한결같은 北-中특수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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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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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북한 접경 도시인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압록강 상류에는 ‘이부콰(一步跨·한 발짝 걸음에 불과한 거리라는 뜻)’라는 표지석이 세워진 관광지가 있다. 강의 지류가 양국의 경계를 이룬 곳으로 폭이 불과 1, 2m도 안 된다. 양국이 지리적으로 얼마나 가까운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단둥에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하는 항미원조기념관도 있다. 기념관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6·25 당시로 돌아간 듯 총성 음향 효과가 기념관 개관 시간 내내 울려 퍼지는 모형 전투장, 김일성이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참전을 요청하는 편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평양에서 동쪽으로 100km쯤 떨어진 평남 회창군에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묘’가 있다. 마오쩌둥의 장남으로 6·25전쟁에 참가했다 전사한 마오안잉(毛岸英)의 유해도 여기에 묻혔다.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북한을 방문했을 때 이곳을 찾았다. 북한과 중국의 동맹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곳들이다.

6·25전쟁 60주년을 막 지나면서 새삼 이곳들을 떠올리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중국과 한국, 중국과 북한 간 거리에 대해 ‘착시 현상’이 없지는 않은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로 엇비슷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과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것이라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나온 후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해 주기를 바라는 과정에서 더욱 그렇다. 이는 ‘북-중 간 특수 관계의 거리’를 잊은 것이다.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책임 있는 대국’이니까, 또 1992년 한국과 수교해 이미 18년이 된 데다 한국에는 최대 무역국이 될 만큼 중국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국은 번번이 우리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더욱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과 미국이 서해에서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미국 항모 ‘조지워싱턴’의 황해 진입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관영 언론이 연일 “작전 반경이 600∼700km인 조지워싱턴이 황해에 들어오면 베이징(北京) 등에서 불과 400∼500km까지 다가와 ‘목구멍’까지 접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훈련이 왜 이뤄지는지는 묻지 않고 항모 진입만을 부각시켜 천안함 사건의 본질에서 시선을 돌림으로써 간접적으로 북한을 도우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중국은 북한을 감싸기에 급급하다.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 이후에는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1961년 북한과 체결한 북-중 우호조약을 수정하거나 폐기할 계획이 없다”며 “이 조약은 수십 년간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 안정 및 발전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 됐고, 북한은 지구상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철조망과 감시만 없으면 주민이 썰물처럼 국경을 벗어나가는 나라로 전락했다. 중국은 탈북자를 강제 송환하면서 북한에 안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불안하기만 하다.

6·25전쟁 당시 참전해 분단의 한 요인을 제공한 중국은 북한이 폐쇄 체제에서도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막을 제공해 북한은 결과적으로는 고립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전쟁 60년을 맞으며 한반도의 운명에 대한 중국의 바람직한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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