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戰作權전환 연기만으로 安保걱정 해소되진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캐나다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한국군 단독 행사)을 3년 7개월 미루기로 합의했다. 전환 예정일을 2012년 4월 17일에서 2015년 12월 1일로 늦춘 것이다. 이 합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볼 수 있다. 천안함 폭침(爆沈) 이후 불안정해진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한미 양국이 2007년 2월 합의한 전작권 전환 일정을 3년여 만에 바꾸게 된 데는 작년 4월과 5월 북한의 로켓 발사 및 2차 핵실험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12년은 한미 양국에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다. 북은 김일성 출생 100년을 맞는 그해를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정해 군사강국으로 발돋움하려고 든다.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우리 군의 지상군작전사령부 설치와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도 2015년에야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다단한 안보환경에서 2012년 전작권 전환은 군사적 도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은 핵 폐기는 고사하고 머지않아 핵탄두의 소형화와 경량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군 정보당국의 분석도 있다. 미국의 핵우산 확보는 우리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짐했듯이 미국 본토와 똑같은 핵우산을 한국에 보장하는 ‘핵 확장 억제력’의 제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선 한미연합사 및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임)의 전작권 보유체제가 긴요하다.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넘어와 유사시 작전이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의 형태로 바뀌면 미군의 자동 개입과 증원군 배치, 핵우산 제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이 미뤄졌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의 안보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2015년 이후엔 더 연기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5년 반 이내에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추자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한국군의 전작권 단독 행사에는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대북(對北) 정밀감시 능력, 전술지휘통신체계, 자체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공중조기경보기(AWACS), 고(高)고도 무인항공기(글로벌호크)와 최신 무기체계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자면 국방비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작권 문제는 노무현 정권 때처럼 ‘주권’과 ‘자주’의 시각에서만 볼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시각으로라면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모두 주권국가라고 할 수 없다. 한미 군사동맹은 미국의 전략적 이익과 한국의 안보 이익이 맞아떨어져 형성된 것이다. “독립국가로서의 핵심 주권인 전작권을 남의 나라에 이양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는 민주당 주장은 무책임하다. 북이 도발했을 때 확고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대비도 없이 해체하는 것은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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