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종시 원안은 대한민국 위한 바른 길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4일 03시 00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관련 4개 법안을 예상대로 부결시켰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회법에 따라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附議)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본회의 표결 결과도 친(親)박근혜계와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반대표를 던진 상임위의 결과와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원안을 고쳐 자족(自足)도시로 만들려던 세종시 수정안이 좌초하고 사실상의 수도 분할이 원안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앙 부처 가운데 9부 2처 2청을 세종시로 보내는 원안은 선거 때 충청지역 표를 얻는 수단으로 이용한 정략적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급조했다. 대통령 당선 후 스스로 “재미 좀 봤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건설하면 청와대는 서울에 있고, 총리실과 주요 경제 정치 부처는 세종시로 가게 된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울에 있는데 주요 부처 장관들이 150km 떨어진 곳에서 근무하다 보면 경제적, 행정적 비효율이 커지면서 경제 성장과 선진화에도 장애물로 작용하게 된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세종시 원안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행정중심도시가 그런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한 사례가 없다. 원안대로 추진한다면 자족도시는커녕 밤에는 불 꺼진 유령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신(單身) 부임한 공무원들은 ‘두 집 살림’을 하느라 국내판 기러기 가족이 될 것이다. 충청권 지역 발전이라는 관점에서도 세종시 원안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울산 포항 광양 같은 기업도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되돌아보면 기업과 과학 중심의 세종시 수정안이 훨씬 낫다고 봐야 한다. 세종시 원안 쪽이 유력해지면서 수정안을 전제로 세종시 입주가 추진돼온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놓고 다른 지역들이 벌써부터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다.

남북한 통일 시대에 대비하는 데도 세종시 원안은 치명적 결함을 지니고 있다. 독일이 1990년 통일 이후 베를린과 본에 행정기관을 나눠 배치했다가 혹독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걸 감안하면 남북한 통일 후 세종시의 정부부처를 다시 이전하는 상황이 불가피해 보인다.

세종시 원안은 대한민국이 나아갈 올바른 길이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어느 것이 진정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으니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외면하기에는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는 길에서 세종시 문제가 너무나도 중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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