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 칼럼]한쪽 귀 막고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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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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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감동적인 국정연설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남겼지만 TV와 같은 언론 매체를 통해 야심 찬 국정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지금 천안함 피폭사건과 6·2지방선거 참패로 격심한 좌절을 겪고 있다. 특히 취임 후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고 평가받은 교육 분야의 개혁 추진 전망이 이번 선거결과로 어두워진 것은 대통령 자신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여당 내에서조차 화합의 조화를 이루는 능력을 보이기보다 최고경영자(CEO)적인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한 독단적인 리더십이 가져온 소통 및 정치력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결과는 그와 참모들이 가진 오만함의 대재앙보다 역대 정권을 거쳐 내려온 이념적인 사회 갈등 및 편향된 학교교육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나의 예로 전교조에 속한 황모 국어교사의 교육자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지적할 수 있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천안함 사건은 북의 소행이 아니라고 발언해서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또 다른 하나는 6·2지방선거에서 베일 속의 조직원이 트위터를 이용해서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했다는 사실이다.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상당 기간에 걸쳐 누적된 이념교육의 결과다. 황 교사가 일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된 것도 그가 이념적인 갈등의 와중에서 편파적으로 받았던 교육과 깊은 관계가 있다.

정치판도 교실도 균형감각 잃어

교사가 아무리 편파적인 이념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학생들이 선진국처럼 균형감각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로서 정보의 진위를 정확히 판단하는 능력만 키웠다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 학생들은 암기 위주의 교육을 받아왔으므로 그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키울 수 없었다. 문제는 교육이지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아니다.

우리는 물론이고 미래를 짊어지고 갈 학생은 미국 월가의 시장 맹신주의도 문제지만 최근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가 위기에 봉착한 문제까지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눈을 가져야만 한다. 세상일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적이고,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는 점도 학생이 알아야만 한다. 사회교육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폐쇄적인 결과를 가져와 참된 진실을 볼 수 있는 눈을 흐리게 하고 밝은 미래를 열 수 있는 인간의 가능성을 닫아 버린다.

미국은 전문교육이 어느 나라보다 발전했지만 교양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지식 정보를 편견 없이 열어놓아 모든 학생으로 하여금 인류의 보편적인 도덕적 가치를 실현하게끔 한다. 이런 교육정신은 시대를 초월해서 대학 졸업식의 명연설에서 명확히 반영되고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2007년에는 자본주의 산물인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 졸업식에 초대되어 인류의 불평등과 가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금년 졸업식에도 데이비드 수터 전 연방대법원 대법관이 연사로 와서 “자유를 소중히 여기되 질서를 소홀히 하지 말고, 공정심과 평등을 존중하되 자유를 잊지 말라. 하나의 높은 가치가 다른 가치와 충돌한다면, 이를 갈등 속에서 길을 찾을 기회로 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시러큐스대 졸업식에 초대된 JP모간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은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유명한 자본주의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자본주의자라면 마르크스를 읽어라”고 권했다.

실제로, 이들 대학의 학생은 다양하고 서로 다른 많은 정보의 바다에 노출되고 그 속에서 스스로 헤엄칠 수 있도록 배운다. 그 과정에서 자유에는 무서운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과 선택적 삶을 위해서는 판단력을 키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것을 위해 치열한 지적 훈련을 쌓는다.

판단력 못 키우는 교육이 문제

우리의 학교 교사들은 지킬 만한 보수적 가치와 시장경제의 이점과 모순점, 그리고 결함을 보완하기 위한 빌 게이츠 같은 부자의 인간애적인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왜, 마르크스 추상적 이론만큼이나 흥미롭게 젊은이에게 가르칠 수 없을까. 사범대 국민윤리학과는 무엇을 하는가.

상대방을 모르고 야간전투를 하는 것과도 같이 혼란스러운 이 나라를 위해 지금 이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고등학교 교육 개혁을 위해 더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비교우위 체제와 상황인식에 대한 소통 문제의 해결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지만 심약한 보수에 머물고, 디지털 시대지만 조지 오웰의 ‘1984년’에서처럼 어느 하나의 세력이 다른 세계에 대한 지식 정보를 조직적으로 비판하고 봉쇄해 버린다면 성숙한 민주주의는 기대하기 어렵다.

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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