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영]귀농에 의욕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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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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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와 도시화로 젊은 인력이 도시로 나가면서 농촌마을이 공동화되고 있다. 농가인구의 33.3%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이 겨우 농촌을 지켜 활력을 잃고 있다. 그러나 최근 농촌에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귀농과 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통계에 따르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생계형 귀농이 대세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참살이를 위한 정주형(定住形) 귀농이 늘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30만3000가구로 노후에 농촌에서 생활하겠다는 도시민이 67%에 이른다.

고도성장의 주역인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귀농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했다. 이들은 인구의 14.6%(721만 명)를 차지한다.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로 불리는 단카이 세대보다 30만 명이나 많다. 많은 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농촌을 떠났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농업 농촌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세대이다.

귀농하여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도시의 삶을 버리고 농촌에서 자연과 더불어 생명을 가꾸고 싶은 이가 있는가 하면, 도시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농촌의 생태체험적인 삶을 희망하는 이도 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농촌에 정착하는 현상은 농촌 지역사회의 활력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취미 차원에서 채소밭을 가꾸는 정도로 귀농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삶의 기반으로 생각한다면 귀농은 좀 더 신중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 중 1%인 7만 명 정도를 농업 경영자로 육성할 방침이다.

성공적인 귀농인으로 정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귀농을 위한 마음이다. 왜 농촌에서 살려고 하는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강한 동기와 의욕을 바탕으로 가족의 동의와 이해를 얻으면서 자신의 여건과 적성, 기술 수준, 자본 능력에 적합한 작목을 선택해야 한다. 인생이모작 설계가 부부 합의 없이 출발하면 종착역에 도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작목을 결정하면 확실한 농사기술을 습득하는 일이 중요하다. 농업생산의 기본은 생물과 자연을 상대로 하므로 교과서에 나온 내용과는 많이 다르다. 따라서 작목과 귀농지역을 결정하면 교육훈련기관에 입소하거나 선진 농가의 영농체험을 통해 적어도 파종부터 수확까지 한 사이클 정도의 경험을 쌓아 두는 일이 필요하다.

주택 및 농지 구입 이외에 영농계획에 따른 종묘와 비료대금 등 대략 1년간의 영농자금과 생활자금이 필요하다. 가능한 한 자기자본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지만 국가의 공적 융자제도를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이 귀농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들을 조사한 결과 초기에는 재배기술에 대한 애로점이 가장 컸으나 4, 5년 지나 정착 단계에 들어가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가 곤란하다고 호소했다.

성공적인 귀농의 최대 비결은 그 마을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귀농과 전원생활의 차이도 여기에 있고 귀농의 최종목표도 여기에 있다. 지역주민이 이주민에 대한 불안감과 경계심을 풀 수 있는 열쇠는 애정과 믿음에 있다. 서로가 기대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위한 노력은 꼭 뿌린 대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극복해야 할 즐거운 숙제이다.

농업은 단순히 의욕만으로 시작할 수 없다. 농촌진흥청은 지난달부터 서울 역사에서 귀농열차에 탑승하기를 희망하는 도시인을 대상으로 명품 귀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에 꿈을 실현하고자 기차에 몸을 싣고 도착한 서울역은 무척 황망했을 것이다. 이제는 꿈을 다시 실은 인생 이모작 ‘귀농열차’의 출발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영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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