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성동기]천안함과 중국, 구호선과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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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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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국제구호선 공격으로 사상자가 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 국민이 다수 숨진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이날 다른 일정까지 조정해 가며 아흐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교장관과 2시간 이상 협의를 가졌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나 클린턴 장관 모두 이스라엘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다.

세계 각국은 이스라엘 비난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터키는 이번 사건을 2001년 9·11테러에 비유하고 있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유감을 표시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다.

물론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입장을 고려한 행보로 분석된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일 의장성명의 형태로 이스라엘 비난 입장을 서둘러 밝힌 것도 ‘문제를 안보리 회의에 정식으로 가져가지 않으려는 미국의 포석’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부토글루 장관은 즉각 “미국이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난하지 않는 데 대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안보리 의장성명의 비난 강도를 낮췄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난처한 입장은 일견 이해가 된다. 오랜 맹방인 이스라엘과 또 다른 동맹국인 터키가 맞부딪친 사건인 데다 오바마 행정부가 핵심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중동평화협상 및 이란 핵문제 해결에 이 두 나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터키와 이스라엘은 모두 미국에 좋은 친구들”이라는 클린턴 장관의 발언에서 미국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는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를 생각나게 한다고 말한다. 중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신속하게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모호한 태도와 대조적이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천안함 사건은 매우 복잡한 사건이며 중국은 1차 정황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아가 안보리 결의를 추진하는 우리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의식하고 중국이 북한을 감싸는 것은 각각의 국익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대국(大國)’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어떤 선택이 장기적인 국익에 더 보탬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성동기 국제부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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