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이현진]수수께끼같은 美-中대화 푸는 법

  • Array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가벼운 퀴즈 하나.

①예수 ②석가모니 ③마호메트 ④공자 중 성격이 다른 사람을 하나 고르시오. 정답은 4번이다. 세계 3대 종교 창시자들과 달리 공자는 중국 고대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정치학과 윤리학인 유학(儒學)을 세웠지만 전통적 의미의 종교를 세우지 않았다.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도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는 이 질문에 미국에서는 지식인조차 헷갈리는 모양이다. 서양에서는 공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안다 해도 ‘동방의 예수’로 보는 등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얘기다.

오랫동안 미국 하와이대 중국연구센터장을 맡은 대표적 중국 연구학자 로저 에임스 교수는 1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서점과 도서관에는 공자가 쓴 ‘논어(論語)’가 철학이 아닌 종교서적으로 분류돼 있다”며 미국 사회의 중국에 대한 낮은 이해도를 지적했다.

얼마 전 만난 주중 미국대사관의 공무원은 오랜 중국생활로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등 ‘중국통’으로 꼽힐 만한 인물이지만 대화에 등장한 ‘양귀비’를 알지 못했다. 실제로 중국어 대화에는 능통하지만 중국어를 읽지 못하는 미국인이 적지 않다. 이들은 중국어는 글이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깝다고 토로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수수께끼로 보인다.

24, 25일 이틀간 제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제1차 대화가 열렸을 때 세계 언론은 ‘주요 2개국(G2) 시대의 명실상부한 도래’, ‘독수리(미국)와 용(중국)의 탐색전’, ‘차이메리카(Chimerica·China와 America의 합성어) 시대의 개막’ 등으로 표현했다. 화려한 수사가 동원됐지만 결과물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올해 두 번째 대화는 양국이 기존 의견만을 반복 강조한 채 끝났다는 평가가 많다. 천안함 침몰 사건 등 안보문제, 위안화 환율과 무역불균형 해소 등 현안에서 구체적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런 시선에도 당사자들은 오히려 여유롭다.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대화 개막식에서 “교류하고 이해하고 신뢰하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는 “대화는 담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부터 환율,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등으로 중국의 신경을 긁던 미국도 정작 대화에서는 별로 까다롭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길은 달라도 이르는 곳은 같다(殊途同歸·수도동귀)”라는 덕담을 보냈다. 일단 세계의 두 거인은 매년 한 차례씩 만나 허심탄회하게 서로를 이해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듯하다.

이번 대화에서 클린턴 국무장관과 류옌둥(劉延東) 중국 국무위원은 양국 유학생 교류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은 앞으로 4년 동안 미국인 유학생 1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 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미국 유학생이 일본 유학생을 처음으로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중국 교육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08년 말 현재 미국인 유학생은 1만9914명으로 전체의 8.9%에 이르렀다. 그동안 줄곧 2위였던 일본 유학생이 1만673명(7.5%)으로 한 계단 밀렸다. 중국 내 최대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인으로 전체 유학생의 30%가량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갈구하는 상호이해에 주목하고 기회를 찾아야 한다. 한국처럼 양국을 동시에 이해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몇 개국 되지 않는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