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육정수]‘최고 전략사령관’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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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7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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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관련 담화에서 “앞으로 북한의 무력 침범에는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선언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군사적 대응의 하나로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군 전선중부지구사령관과 남북 장성급회담 대표단장이 확성기 등 심리전 수단을 직접 조준 격파하겠다고 잇따라 위협했다. 이에 김 장관은 자위권 발동의 뜻을 거듭 분명히 했다.

擴戰막는 위기관리 전략 세워야


북이 휴전선 일대의 우리 확성기를 실제로 조준 사격한다면 우리 군은 경고한 대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하다. 쌍방 간에 사격을 몇 차례 주고받다 보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김 장관은 “교전규칙에 따라 ‘비례성의 원칙’을 적용해 과도한 대응은 피할 것이므로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살상을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확성기만 뇌관이 아니다. 북은 개성공단의 남측 직원들을 인질로 삼을 수도 있다. 바다와 공중에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떤 형태의 도발이든 즉각적인 군사 조치로 ‘자위권 발동’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확전(擴戰)이나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는 위기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전면전이 불가피하게 되더라도 우리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북의 도전 의지를 초기에 꺾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서울 방어가 급선무임은 물론이다.

위기관리의 요체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지휘부의 전략적 판단이다. 대통령은 유사시에 대비한 구체적 전략 목표와 계획을 국방장관 합참의장과 미리 공유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전투는 군대가 하지만 전략적 결단은 통수권자의 몫이다. 군사 전략가들은 이를 ‘정치 군사(폴리밀·political-military) 게임’이라고 해서 중시한다. 대응계획을 단계마다 구체적으로 세워 놓고 북의 관련 동향정보나 징후가 입수되면 군 지휘부의 즉각적 판단과 보고, 통수권자의 신속한 결단이 핵심이다.

북의 선제공격을 허용한 뒤엔 관계 장관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아무리 열어 봐야 이미 때는 늦다. 천안함 피격 직후의 대응작전은 그런 면에서 실패작이다. “전략적 실패를 전술적 승리로 만회할 수 없다”는 19세기 초 독일의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장군의 명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치밀한 전략적 목표와 계획이 없거나 전략을 잘못 짜면 군대가 개별 전투에서 잘 싸워도 전세(戰勢)를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미연합사는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작전계획) 5027’을 마련해 놓았지만 이는 선(先)수비 후(後)공격의 개념이다. 게다가 미군 증원군의 한반도 배치를 전제로 만든 것이다. 북의 속전속결 전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군이 초기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면 나중에 미군의 반격으로 북을 격퇴하게 되더라도 막대한 희생이 있은 뒤가 될 것이다.

도발 징후엔 신속한 결단이 관건

우리 군은 한미연합사 및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전시작전통제권 체제에서 오랫동안 미군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북의 군사정보 입수와 독자적 작전수행 능력에 한계가 있다. 천안함 공격 같은 국지전 도발에는 더욱 취약하다. 북은 승산이 없는 전면전보다는 휴전선 인근의 장사정포와 특수부대 18만 명, 생화학무기, 잠수함 등 비대칭전력을 사용한 게릴라전에 치중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국지전 대처능력 보완과 함께 큰 전략적 목표에 따른 공군력의 선제 운용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북한군의 지휘체계를 붕괴시키고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북의 작전수행 능력과 의지를 초전에 꺾어버릴 수 있다. 대통령이 담화에서 적시한 ‘적극적 억제 원칙’에 따라 그런 전략적 목표를 정립해둬야 한다. 과연 빈틈이 없는가.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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