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정은 독불장군식 일부 판사의 聖域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구욱서 서울고법원장이 6일 재판행정 사무감사 강평 자리에서 “공개재판이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법원장이 이를 방청하는 것을 두고 ‘재판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말이 나오는 게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구 원장은 “재판권 독립을 이유로 판사 개인의 희망에 따라 업무를 맡으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도 했다. ‘법관의 독립’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일부 법관들의 행태가 도를 넘자 법원장이 후배 법관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 것이다.

법관의 재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이것이 사법권 독립의 요체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관이 아무런 감시 견제도 받지 않고 독선적으로 재판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여기서 양심은 법관 개인의 주관적 양심이 아닌 사회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한 객관적 조리(條理)를 의미한다.

최근 강기갑 의원의 국회폭력, 빨치산 통일교육,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무죄 판결,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의원에 대한 하루 3000만 원의 공개금지 이행강제금 부과 결정 등을 둘러싸고 객관성과 보편성을 상실했다는 사회적 논란이 이어졌다. 이러한 판결이나 결정도 구 원장이 우려한 법관들의 독선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일부 법관들이 재판권을 남용해 재판 당사자의 인격을 모독하거나 재판 진행에서 공정성을 상실했다는 불신의 소리가 법조계에서 끊이지 않는다. 변호사단체가 법관들의 재판 진행을 평가하겠다고 나선 것도 법관들의 독선적인 재판 진행을 수요자 차원에서 견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몇몇 판사들은 방청하는 법원장에 대해 “퇴정을 명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제 판사들의 이러한 독불장군식 발상이 일련의 튀는 판결을 만들어낸 토양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장이 소속 법관들의 재판 진행을 살펴 평가 자료로 삼고 민원인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에 속한다. 법정은 판사들의, 판사들에 의한, 판사들을 위한 성역(聖域)이 아니다. 판사 검사 변호사 원고 피고가 소통하고 방청객이 지켜보는 열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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