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용석]산업계만 쥐어짜는 온실가스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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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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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산업계 관계자들을 모아 가진 ‘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관리제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사장 등 대부분의 참석자는 “산업계만 감축 의무를 부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출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나왔다. 김쌍수 한국전력 사장은 “주택의 태양광 설비 의무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금 정책으로는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비율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들의 우려는 정부가 이른바 ‘마른수건 쥐어짜기’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온실가스 줄이기에 매진해 온 주요 대기업들은 더 줄일 데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일반 가정 대신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만을 요구할 것이라는 생각이 산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규제 없이 성장하는데 우리만 온실가스 감축에 묶여 있다면 금세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갈등이 빚어진 데는 정부 탓이 크다.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녹색성장 정책이 전체를 아우르는 밑그림 없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통 끝에 녹색성장기본법을 발효시켰지만 산업 부문을 제외한 일반 가정의 온실가스 감축은 명확한 실천방안이 없고 캠페인 수준의 대책뿐이다. 기업은 물론이고 가정까지 포괄하는 에너지 가격 현실화와 탄소세 도입 등도 검토해야 하지만 기업이나 가정의 저항 때문에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다.

정부가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모두 규제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많다. 예를 들어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배출권을 사들이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 과다 사용 규제에는 걸린다. 한쪽에선 괜찮고, 한쪽에선 처벌하니 기업으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둘 중 한 조건만 만족시켜도 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실제 그럴 수 있을지 기업들은 신뢰하지 않는 눈치다.

대통령의 강력한 중복 방지 주문에 두 장관이 함께 간담회 자리까지 마련했지만 중복규제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남아 있다. 녹색성장위→환경부→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실무부처(지경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로 이어지는 ‘다단계’ 규제 체제가 잘 돌아갈지 기업들은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과 경제성장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다.

김용석 사회부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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