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8일 03시 00분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수중(水中) 비접촉 폭발’로 판단해 북한의 어뢰 또는 기뢰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조사단의 객관적 과학적 조사활동을 불신하며 북한 관련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객관적 증거와 관계없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국가적 안보위기 상황에서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이 북의 소행으로 밝혀지면 6·2지방선거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어제 당내 회의에서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 섣부른 예단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면서 “국방부 장관이 중(重)어뢰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 바람에 모든 언론이 어뢰 쪽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영선 의원은 23일 당내 천안함 진상규명특위 위원 자격으로 국방부와 합참을 방문해 ‘미군 잠수함 개입 가능성’을 집중 제기했다. 이는 인터넷 괴담으로 떠돌다 이미 사실 무근으로 밝혀진 사안이다.

민주당이 추천한 조사단 민간위원 신상철 씨(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는 조사활동에는 참가하지 않은 채 “좌초가 원인인데 군이 엉뚱한 곳으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체 밑 부분 조사에서 암초에 긁힌 흔적은 없는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 조사위원들은 과학적 분석에 따라 객관적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처음부터 북한 관련성을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을 조사위원으로 추천한 것은 문제다.

초기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도 이제 북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99∼2009년의 10년간 서해에서 세 차례 교전을 한 우리 군은 천안함 침몰 즉시 북의 소행으로 직감하고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북상하는 미상의 물체(나중에 새떼로 확인)를 북방한계선(NLL)까지 쫓아가며 함포사격을 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함체 파손 형태만 보더라도 북한 이외의 다른 관련자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편향된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상당수는 어떤 물증이 나와도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 그 뿌리가 친북(親北) 또는 종북(從北)에 닿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된다. 군은 오늘도 어뢰 또는 기뢰의 파편을 찾기 위해 백령도 바다 밑을 뒤지고 있다. 머지않아 꼼짝할 수 없는 물증이 나오면 미국 잠수함 오폭이나 좌초설에 집착했던 사람들은 어떤 변명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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