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효성 있는 ‘단호한 대응’이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은 “함수(艦首) 절단면과 함체 내외부를 감식한 결과 ‘수중(水中) 비접촉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어제 밝혔다. 폭발물이 선체를 직접 타격한 것이 아니라 밑부분 물속에서 일어난 폭발의 압력이 선체를 두 동강 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어뢰 또는 기뢰 여부와 ‘버블 제트’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지만 우리 측 내부 요인의 가능성은 다 배제됐다.

조사단은 “정밀조사 및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말해 이미 상당한 심증을 굳혔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확한 침몰사건 원인을 규명한 다음에 할 일은 정부와 군의 치밀한 대응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무회의(6일)와 미국 워싱턴포스트 회견(11일), 라디오 추모연설(19일), 군 원로 오찬간담회(22일), 전직 대통령 초청 오찬(23일) 때 “조사 결과에 따라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고 거듭 언명했다. 군 원로들에게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행동으로 분명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말의 단호함이 행동의 단호함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북이 우리를 ‘종이호랑이’로 얕잡아 보고 더욱 노골적인 협박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말과는 달리 기민하고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을 때 국민과 군이 느낄 무력감도 안보에 큰 위협 요인이다. 유엔과 국제사회가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관점에서 실효성이 있는 대북(對北)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도발은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를 것임을 북에 분명히 깨닫게 해줘야 한다.

북한은 역사 날조이기도 한 ‘조선인민군 창건 78주년(25일)’을 기해 선전선동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영호 총참모장은 천안함 사건을 ‘침략전쟁 도발책동’이라고 남쪽에 뒤집어씌우면서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0.001mm라도 침범한다면 핵 억제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침략의 아성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 이런 엄포는 스스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들이 전쟁을 도발한다면 김정일 정권의 마지막이 될 것이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최근 한국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1으로 높인 데는 한반도에 전쟁 같은 극단적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판단도 깔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응이 지나치게 미온적이면 훨씬 큰 안보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대응 능력이 세계의 주시 속에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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