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CEO형 교장’ 시험대 될 교사초빙권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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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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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로 임용된 공모교장에게 교감, 교사를 100%까지 초빙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서울시교육청의 발표에 교원단체들은 22일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제왕적 교장’이 등장하면 교사들이 교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되고 또 다른 비리가 발생한다는 것이 반대의 요지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모든 학교에 교장공모제를 도입할 방침이어서 교원단체의 주장대로라면 모든 학교에 제왕적 교장이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이미 100% 교사 초빙권을 갖고 있는 서울지역 자율형공립고(자공고) 7곳의 상황을 보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있었던 자공고의 교사 인사에서 다른 학교로부터 초빙해온 교사는 학교당 평균 3.2명에 불과했다. 한 명도 초빙하지 못한 학교도 있었다. 반면 기존 인사 방식대로 교육청에 의해 자공고로 전보된 교사는 학교당 7.3명이었다. 자공고에서 다른 학교로 전보된 교사도 학교당 10.2명이었다.

자공고 교장들은 “교장이 아무리 막강한 초빙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해도 실제 현장에서는 교사가 학교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초빙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모교장에게는 정기 전보되는 교사를 붙잡아둘 수 있는 ‘전보유예’ 권한이 있지만 이마저도 교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공모교장이 유능한 교감과 교사를 초빙해 오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교통여건 등 주변 환경이 좋은 학교가 아니라면 ‘교사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교장이 직접 나서 학교를 바꾸고 세일즈 하지 않으면 좋은 교사를 초빙해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모교장의 권한 확대는 제왕적 교장의 등장이라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형 교장’의 등장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좋은 성과를 내야만 우수한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기업 CEO처럼 학교장에게도 성과를 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시교육청도 공모교장을 대상으로 학교경영능력을 평가해 최하등급을 2회 이상 받으면 퇴출시킬 계획이다. 자기 사람 챙기기에 급급한 교장이나 능력 없는 교장이 발붙일 수 없도록 평가는 최대한 엄정하게 할 방침이다.

그렇다고 공모교장들이 너무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기업과 학교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은 전략이 실패하면 새로운 전략으로 승부하면 되지만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실패하면 되돌릴 방법이 없다. 기업 CEO보다 학교장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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