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반가운 ‘두번째 일관제철소’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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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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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충남 당진에서 열린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을 다녀왔다. 현대제철은 ‘현대가(家)의 일관제철소 건설’ 숙원을 풀었다며 시종일관 들떠 있었다. 포스코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일관제철소로, 민간자본으로는 현대제철이 국내 최초라고 했다.

이에 앞서 동부제철은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공장에서 전기로 제철공장 준공식을 성황리에 열었다. 당시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이 지금까지의 위상을 뛰어넘어 일관제철회사로 도약했음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동부제철이 훨씬 앞서 일관제철소 준공을 공개적으로 밝혔으니, 선언한 순서로는 현대제철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이은 국내 2번째 일관제철소 준공이라고 했다.

이런 혼선이 생긴 것은 ‘일관제철소’ 개념에 대한 각 회사들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로(高爐)를 보유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철광석으로 쇳물을 만들어야 진정한 일관제철소라고 주장한다. 고로가 없는 동부제철은 전기로에서 철광석이 아닌 고철을 원료로 해 쇳물을 만든다. 이 방식은 제철소 건설비용이 낮고 온실가스 발생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로 제철보다 품질이 다소 떨어진다.

한국철강신문이 발간한 철강용어사전 지난해판은 일관제철소를 ‘철광석에서 여러 가지 강재를 만들기까지 전 공정을 한 울타리에서 할 수 있는 곳으로 국내에는 포스코가 유일하다’고 풀이했다. 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동부제철은 ‘철강석이 아닌 고철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관제철소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동부제철은 “일본의 대표적 전기로 제철회사인 도쿄제철이 도요타의 자동차강판 전용공장을 건설할 정도로 전기로와 고로 제품의 품질 차이가 사라졌다”며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동부제철도 전기로에서 자동차강판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자에겐 어느 회사 주장이 합리적인지를 가릴 만한 전문적 지식이 없다. 다만 현대제철과 동부제철 두 회사가 ‘우리도 이제 일관제철소’라고 감격스러워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그동안 철강 반(半)제품을 포스코 등으로부터 사다 쓰면서 얼마나 절치부심했을지 머릿속에 환히 그려졌다. 중요한 것은 일관제철소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철강제품 시장에도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연간 2000만 t이 넘는 철강 제품을 수입해 왔으니 수입대체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우리 철강회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 품질의 철강제품을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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