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윤태]‘자립형 해외원조’ 한국이 답이다

  • Array
  • 입력 2010년 3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히말라야 산맥 아래 작은 나라 네팔. 인구 800만 명 가운데 절반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최빈국이다. 오랜 내전 끝에 제헌의회를 구성했지만 아직도 정치가 불안하다. 네팔에 병원을 설립하기 위해 다녀온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을 만나니 “네팔에 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간 기분”이라고 말한다. 광복 직후 한국의 정치상황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정권과 토지개혁을 둘러싼 사회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란다. 네팔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수혜국에 맞춤형 발전계획 필요

가난한 나라를 돕는 방법은 먼저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 1960년대 국제 경제기구는 원조를 하면서 한국에 비교우위가 있는 쌀 생산에 주력하라고 충고했다. 그대로 따랐다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쌀 생산국이 됐을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성공한 산업국가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 돈을 주고 잘못된 충고를 한다면 그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해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했다. 그런데 선진국에 걸맞은 효과적 원조정책을 위해서는 중요한 문제점을 재검토해야 한다. 첫째, 원조 수혜국을 선정하는 기준이다. 오랫동안 미국과 일본은 국익을 기준으로 원조 대상을 골랐다. 한국도 19개국을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했는데 특히 아시아에 무상원조의 40∼50%를 지원할 계획이다. 신흥 투자지로 부상한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에도 중점을 두기로 했다. 이에 비해 최빈국인 아프리카 국가를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정부는 원조가 가장 필요한 극빈국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둘째, 무상원조와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 한국은 원조를 하는 대신 한국의 물품을 구매하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러다 보니 ‘너무 장삿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OECD의 권고에 따라 무상원조를 59%에서 2015년까지 90%까지 확대하려고 한다. 비구속성 원조의 비율도 25%에서 75%로 높이기로 했는데, 더 나아가 선진국 수준인 90%에 도달해야 한다.

셋째, 원조는 원조 수혜국의 발전계획과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한국은 빈곤의 고통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이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새마을운동은 발전경험을 전달하는 사업에 중요한 경험이다. 신흥공업국에 필요한 수출산업 지원, 성장동력 육성, 인터넷 통신망 구축도 중요한 사례이다. 한국의 경험은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강요하는 워싱턴 합의와 다른 한국만의 비교우위를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한국, 비결 전수할 자격-의무 있어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에서 “한국이 성공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장기적 안정을 유지해온 비결이 무엇인지 세계 여러 나라에 가르쳐줄 자격과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성공 모델은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에 강요된 ‘워싱턴 합의’ 모델과 현저하게 다른 모델이고, 이는 다른 나라들이 모방해야 할 모델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 네팔에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 정치 안정을 위해 법률체계와 행정조직을 빨리 갖춰야 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다. 미래 세대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교와 병원을 설립해야 한다. 네팔의 장래를 설계하는 발전계획도 빠질 수 없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기를 잡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발전경험이 해외 원조의 세계적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