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이란 대선이 만든 두 망명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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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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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르 아지즈모라디 씨(여)와 무함마드 레자 헤이다리 씨는 모두 이란 출신 망명객이다. 헤이다리 씨는 노르웨이 주재 이란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대선 투표결과를 바꾸라는 지시를 받자 망명을 택했다. 이란 대선 당시 노르웨이의 부재자 투표에선 전체 650표 가운데 83%인 540표가 반정부 지도자인 미르호세인 무사비를 찍었다. 그가 알아본 다른 대사관의 투표결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국내외 곳곳에서 숫자를 조작해 62.63%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지난해 6월 12일 이란 대선 결과가 발표됐다. 3일 뒤 필자는 네가르 씨를 부정선거 반대 시위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위 군중과 함께 걸었다. 훗날 들으니 이날 시위에는 200만 명이 넘게 참가했다고 한다. “63%는 다 어디 간 거야?” 시위대 선두에서 누군가 외쳤다. 네가르 씨는 “큰 부정이 벌어졌어요. 30년 뒤엔 우리에게 선택할 권리조차 없을지 몰라요. 이 작은 권리가 남아 있길 바랄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웃음 지으며 떠났지만 오랫동안 필자의 기억에 남았다.

진실은 냄새로 맡을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이란은 분명히 뭔가 썩었다. 커다란 부정이 이슬람공화국의 속살을 갉아먹고 있다. 시위에 나선 대중은 흩어졌을 뿐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 흩어짐도 순탄치 않았다.

이란에 관한 이야기는 대개 아주 추상적이다. 단어는 모호하고 진실과 먼 논리일수록 목소리는 커진다. 이란을 폭격하자는 주장은 차이나타운에 점심 먹으러 가자는 말만큼 쉽게 나온다. ‘이란과 핵’이라는 두 개의 단어는 항상 나란히 쓰인다. 하지만 이라크전쟁을 겪은 우리는 좀 더 신중하게 고찰해야 한다. 막연한 추정이나 두려움은 절대 피해야 한다.

필자가 알기에는 이란엔 네가르 씨 같은 사람이 대다수다. 그는 정권을 증오하지만 이란-이라크 전쟁 때처럼 공습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또다시 울리는 것도 원치 않는다(지금은 이란과 앙숙 관계인 이스라엘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쟁에서 이란을 지원했다).

네가르 씨는 터키 중부의 한 도시 교도소에서 어느 날 필자에게 연락했다. 그는 유엔의 난민 지위 심사를 받고 있었다. 그의 스토리는 평범한 이란 사람의 이야기다. 지난해 7월 19일 그는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들렸다. 경찰은 그의 얼굴을 물속에 처박고 손을 부러뜨렸다. 가방과 카메라도 몰수됐다. 위험을 느낀 그는 바로 이스탄불로 떠났다. 난민 신청을 하러 영국으로 가려다 브로커의 속임수에 빠져 가짜 여권으로 케냐에 들어갔다가 나이로비 공항에서 체포돼 터키로 추방됐다. 벌써 5주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역사의 회오리에 빠졌지만 네가르 씨의 심장은 여전히 이란에 있다. 그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변화가 오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사람들이 각성하고 있어요. 어리석음은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과거엔 숨기 바빴지만 이제는 서로를 찾아야 합니다.”

네가르 씨는 미국에 와서 자신이 필연이라고 믿는 새 이란의 탄생을 기다리려 한다. 왜 미국이냐고 묻자 “그곳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조국이 폭격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것은 모든 이란 사람을 분노로 뭉치게 하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란 정부는 그의 목소리를 막았지만 세계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어쨌든 이란은 그의 조국이다. 투표결과를 올바로 집계하려 한 헤이다리 씨의 것이기도 하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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