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앙대 ‘시장수요에 맞춘 학과개혁’ 실용적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5일 03시 00분


중앙대가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부)로 개편하는 구조조정안을 교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뒤 취임한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은 “백화점식 학과를 과감히 정리하고 시대 변화에 맞게 재편하겠다”며 대대적인 수술에 나섰다. 국내 대학의 구조조정안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중앙대의 개혁은 대학 사회에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대는 이를 바탕으로 2018년까지 ‘국내 5대(大) 대학’ ‘세계 100대 명문사학’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제시했다.

중앙대의 구조조정 방향은 기초학문의 축소와 실용학문의 강화로 요약된다. 기업인 출신인 박 이사장은 생산 현장과 실무에 강한 졸업생을 양성해야 한다는 교육관을 바탕으로 교수사회의 반발에 흔들리지 않고 개혁을 추진했다. 2008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사업장 483개를 대상으로 대졸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을 조사한 결과 재교육에 소요되는 기간은 19.5개월, 1인당 비용은 6088만 원에 이르렀다. 대학 등록금을 연간 1000만 원이라고 계산할 때 4년 등록금의 1.5배에 이르는 비용이 신입사원 재교육에 들어간다. 실용 교육에 취약한 대학에 기업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은 순수한 ‘학문의 전당’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두 기능 다 국가와 사회 발전에 필수적이지만 모든 대학이 기초학문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인문학 자연과학 등 교양교육 중심의 리버럴아츠 칼리지와 전문적 종합적 학문을 강조하는 일반 대학으로 나뉜다. 기초학문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리버럴아츠 칼리지로, 졸업 후 바로 사회 진출을 원하는 사람은 일반 대학을 선택하는 구조다.

한국 대학들도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 머물 게 아니라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대학 경영자들은 중앙대처럼 명확히 지향점을 세워 놓고 구조조정을 해야 저(低)출산 시대에 대학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청년실업이 극심한 상황에서 실용학문 강화를 통해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중앙대의 선택은 현실적이다. 중앙대의 실험이 뿌리 깊은 전공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대학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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