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배영]온라인게임, 과몰입 막아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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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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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은 무한(無限)하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런 부모가 아이를 굶겨 죽였단다. 여러 신문과 방송이 보도했듯이 온라인 게임에 빠진 부모가 생후 3개월 된 딸을 방치해서 벌어진 일이란다. 20대의 청년이 게임을 그만하라고 말리는 어머니를 살해한 패륜적 사건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설 연휴에 고향에도 가지 않고 PC방서 혼자 생활하던 30대 남자가 닷새 연속으로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졸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경찰은 게임 중독과 사망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언론 매체가 앞 다퉈 다뤘던 이 사건들은 모두가 한목소리로 온라인 게임의 폐해에 대해 얘기한다.

잇단 사건에 놀이 넘은 중독 우려

뉴스를 접하면서 우선 들었던 생각은 정말 그랬을까 하는 점이었다. 정말 게임 때문에 아이가 굶어 죽을 동안 아무런 신경을 쓰지 못했고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를 죽일 수밖에 없었으며 또 자신의 목숨을 걸 만큼 게임 속에서의 미션을 수행하는 일이 더 중요했을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임 이전에 존재했던 어떤 상황과 요인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아이에 대한 책임감과 부모에 대한 존경심, 그리고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는 따뜻함이 존재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모든 원인을 게임에 전가하는가.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게임이 영화 수출액의 50배 이상을 담당하면서 급속한 성장과 경제적 기여에 대한 찬사가 잇따른다. 사회적 인식의 차원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중독과 사행성으로 대표되는 게임과 게이머에 대한 이미지는 쉽게 탈색되지 않았다.

게임은 이미 여가를 선용(善用)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위험하고 비도덕적이며 비생산적인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고 있다. 무엇보다 공식적인 활동인 학습과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고, 오랜 시간 모니터 앞에서의 활동에서 기인하는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선용하면 새로운 성취를 통해 에너지의 충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과한 몰입은 우려를 현실화하게 된다.

최근 사건의 원인 규명 차원에서도 고려해야겠지만 여가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 8일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의 과몰입 대응체계 종합방안은 기존에 일부 게임업체에서 시행하던 피로도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고 게임 이용자를 위한 상담치료사업을 강화하며 대응사업의 예산을 증액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업계와 이용자에 대한 규제 중심의 주문보다는 관련 주체와의 협력적 활동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부정적 인식 해소해야 산업도 살아

게임업계의 입장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이윤의 추구는 당연히 고려할 요소이다. 이것과 함께 장기적인 차원에서 게임 관련 인식의 제고가 이루어져야 전체 산업의 발전도 가능하다는 공감대 확산도 필요하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소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선순환시키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어떻게 해소해 나가느냐가 향후 사업의 성공과 지속적인 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과몰입 방지 프로그램(User Protection Program)의 효과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또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서도 나타났듯이 게임의 순기능 및 역기능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가치와 효용을 재평가해야 한다. 게임은 이제 더는 ‘그들만의 놀이’가 아니라 ‘우리의 여가’이기 때문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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