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영업 과잉, 기업형 일자리 못 만드는 탓 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국내 자영업자는 작년 말 551만4000명으로 통계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적었다. 작년 한 해 26만5000명이 감소해 일용직(19만1000명)보다 더 많이 줄었다. 경쟁이 심한 데다 경기불황 여파로 휴폐업이 급증한 탓이다.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적자를 본다는 소상공인이 10명 중 6명을 넘는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인구 대비 음식점 숙박업체 소매업체 수가 미국의 4.5배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도 3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6%의 두 배다. 시장 규모에 비해 업체와 종사자가 지나치게 많다 보니 과당경쟁과 만성불황에 시달린다. 통신 택배 신용카드 업체들의 출혈경쟁도 계속되고 있다. 그야말로 경쟁은 극심하고 수익성은 떨어지는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저부가가치 저성장 분야인 자영업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기업형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진입하기가 지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국의 서비스업 시장장벽 지수(높을수록 장벽이 높다는 의미)가 1.36으로 미국(1.06) 캐나다(1.07) 일본(1.11) 등보다 훨씬 높다고 밝혔다.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우 불필요한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낙후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적했다.

키아라 크리스쿠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월 서울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의 서비스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와 낮은 생산성은 결과적으로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OECD 최하위인 한국 서비스산업이 진입개방과 투자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다면 좋은 일자리가 더 만들어지고 제조업에서 더 많은 글로벌 챔피언이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작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로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위한 공청회도 열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약속대로 서비스산업에서 고용창출 동력을 찾으려면 상반기 중 국회에서 진입장벽을 획기적으로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외국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지 않는 현실을 타개하지 못하고는 서비스산업의 선진화를 이루기 어렵다. 서비스산업의 수출경쟁력을 키워야만 중국 인도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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