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 휴일인지도 모르고 노는 3·1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일 03시 00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3·1절을 ‘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날’로 제대로 알고 있는 학생은 59%에 그쳤다. 초중고교생의 40% 이상은 3월 1일이 왜 공휴일이며 그날 자신들은 왜 학교에 가지 않는지 모르는 채 그냥 쉰다는 얘기다.

91년 전 오늘 서울 탑골공원에서 33인의 독립선언문 낭독을 시작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울려 퍼졌고 태극기가 물결쳤다. 신분의 귀천이나 종교 지역 이념의 다름을 따지지 않고 민족이 하나가 되었다. 3·1운동 정신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국내외 항일 독립투쟁, 그리고 동아일보 등 민족지 창간으로 이어졌다. 한일강제병합 100년, 임시정부 수립 91주년을 맞는 올해 3·1절은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초중고교생들이 3·1절을 제대로 모르는 것은 부실한 국사교육에 한 원인이 있다. 고교 국사과목의 수업시간이 줄어든 데다 내년부터는 선택과목으로 바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사회탐구 영역에 편입된 국사는 대학입시 필수과목에서 빠진 지 오래다.

토·일요일에 3·1절이 이어진 이른바 ‘황금의 3일 연휴’에 고속도로와 휴양지, 관광지 등에는 인파가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찾는 발길은 뜸했다. 왜 국경일인지도 모르고, 그저 노는 날로만 여기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경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휴일이 하루 줄어든다고 아쉬워만 해서야 될 일인가. 독립, 자유, 민주, 풍요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피 흘린 선열들을 잊고서도 그런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겠는가.

지난 정부에서 만들어진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일제강점기에 국내외에서 투쟁하고 고통 받은 민족 지도자들을 일방적이고 편향된 이념의 잣대로 재단해 좌파 인사는 감싸고 우파 지도자들은 폄훼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3·1절에 “세계질서의 거대한 변화기를 맞은 지금이야말로 모두 하나가 됐던 3·1운동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낡은 이념에 얽매인 대립과 갈등구조의 청산을 호소할 예정이다. 3·1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겨 우리 현대사를 온전히 복원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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