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석]살 만한 나라를 만드는 습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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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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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길손이 말에서 내려 물 한 바가지를 청하자 우물가의 처녀가 그에게 물을 건네고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목마른 말 앞에도 조용히 물 한 통을 길어다 놓아 먹게 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를 재벌집의 며느리로 소개했다는 ‘리브가의 일화’가 있다. 그녀의 말 없는 배려심 속에 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성공한 사람에게는 이른바 ‘운명을 바꾸는 작은 습관’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남에게 따뜻하다.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 훌륭하다”고 말할 줄 안다. 먼저 내 쪽에서 가벼운 목례로 인사한다. 전화를 받을 때보다 끊을 때 더 신경을 쓴다. 도와줄 때는 두 손으로 돕는다. “나는 원래 그래”라는 성격적인 이유를 핑계로 삼지 않는다. 뒷사람을 위해 출입문을 잡아 주거나, 승강기에서 한 발 더 안쪽으로 탄다. 약속된 만남에도 미리 문자로 출발을 알리고 조금 일찍 도착한다. 줄서기 같은 기초적인 일에는 지위를 떠나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심각한 손상이 아니라면 대인관계에서 약간 손해 보기로 마음을 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배려심이다.

경찰청은 엊그제부터 2개월 동안 교차로 ‘꼬리물기’에 대해 집중 단속을 편다고 밝혔다. 교차로 내에서 차량이 정체되면 녹색신호일지라도 진입할 수 없는데 이를 무시하고 앞차의 꼬리를 물고 무리하게 진입하는 바람에 신호가 바뀌어 다른 방향의 교통에 방해를 주면 도로교통법상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으로 교통범칙금을 부과한다. 기초질서 준수가 곧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선진사회 진입의 시발점이라는 인식 아래 생활 주변에서의 불법, 무질서를 척결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압축 경제성장 및 민주화 투쟁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내 인생 내가 산다”는 자기결정권 의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고 밀어붙이면 통하더라”는 왜곡된 권리의식이 강해졌다. 기본적인 예의범절에서조차 자기책임의 원칙을 떠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조절, 절제를 잊어버린 것 같다.

이웃에 대한 무신경 무례 무시는 물론이고 자기 위주적인 떠넘기기, 떼쓰기식 억지 주장과 주변 소란행위, 작은 이익을 위한 새치기 등 이기적 얌체행위,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에 껌이나 침을 뱉고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행위,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장시간 큰소리로 휴대전화로 통화하거나 무리지어 목청껏 웃고 떠드는 행위, 자기 자식 기죽이지 않기 위해 아이가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소란을 방치하는 무신경은 다반사이다.

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면 이런 모습이 흔하다. 깜빡이도 안 켜고 끼어들기를 하거나 차로를 급하게 변경한다. 합류 지점에서조차 끝끝내 길을 안 비켜주거나 불법 주정차를 당연시하는 운전자, 무단 횡단하는 보행자가 너무나 많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무례로 인해 집 밖으로 나서기가 겁나고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

기초질서란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내가 또 다른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오늘 서로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기본 덕목이다. 기초질서의 근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다. 교차로 꼬리물기만 해도 그렇다. 법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향의 운전자를 생각하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의 결과다.

물질의 양적인 면에서만 잘사는 이전투구의 사회가 아니라, 삶의 질적인 면에서도 이웃끼리 사람끼리 따뜻하게 어울려 복 받고 잘사는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 이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웃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본에 충실해야만 하겠다. 개인이 성장하고 나라가 성공하는 이른바 ‘운명을 바꾸는 작은 습관-배려심’이 일상 속에 자리 잡으면 좋겠다.

이상석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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