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미 원자력협정, 동맹정신으로 개정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일 03시 00분


한국과 미국이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초기 논의에 착수했다.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이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도 양국이 논의의 초점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관련해 ‘파이로프로세싱(건식·乾式 처리)’ 방식의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음을 시사했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국가적 현안이다. 원자력발전소에 쌓인 사용 후 핵연료가 2008년 현재 1만100여 t에 이른다. 지금처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다면 2100년쯤 한국은 50기 이상의 원전을 보유한다. 그때까지 누적될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하려면 500여 m 깊이의 암반이나 진흙층을 찾아내 서울시의 동대문구(14km²)만 한 넓이의 굴을 파야 한다.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에너지로 다시 쓰고, 쓰레기는 줄이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다.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의 형질을 변경하거나 다른 용도로 쓰는 경우에는 미국의 동의를 받는다’는 기존 한미협정을 성실히 지켜 재처리를 시도하지 않았다. 원자력 발전을 에너지원(源)으로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폐기물 처리 또한 국가의 주권 행사에 해당된다. 미국은 일본에 이미 재처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도 재처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정 개정을 추진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줄 때가 됐다.

프랑스와 일본이 사용하는 재처리 기술은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 추출 과정을 거치는 데다 쓰레기 양의 감소가 5%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이 연구 중인 ‘파이로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추출하지 않으면서도 쓰레기 양은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미국도 누적된 사용 후 핵연료가 7만7000여 t에 이른다.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양국에 윈윈이 될 수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북핵문제와 관련된 민감 사안이다. 미국은 재처리가 핵 확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1992년 한반도비핵화선언을 채택한 후 시종 북핵 불용(不容) 원칙을 고수했다. 정부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우리의 목표임을 당당하게 주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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