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잉 박사모’ 박 전 대표에게 오히려 해롭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2일 03시 00분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은 그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7월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고, 6월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죽이기’에 앞장서는 의원들이 공천하는 후보들을 모조리 낙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그 대상으로 한나라당의 정두언 정태근 이군현 전여옥 의원을 거명했다. 박사모는 이미 은평을에 ‘이재오 떨어뜨리기’ 활동을 위한 사무실까지 마련했다.

박사모가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더라도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잘못 보이면 장래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는 공포심 같은 것이 깔려 있다. ‘주이야박(晝李夜朴·낮에는 이명박을 따르고 밤에는 박근혜를 따른다)’이라는 말도 그런 현실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 회의에서 한 발언도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세종시에 대해 말이 많은데,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면서 “막말 조심하고 반대의견 표하더라도 감정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부로 박 전 대표에게 맞서다간 좋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에서 날이 갈수록 비타협적인 태도를 굳히고 있다. 당초 “나보다 충청도민을 먼저 설득하라”고 했다가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기 직전엔 아예 “원안이 배제된 안에는 반대하고, 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도 반대한다”고 못질을 하다시피 했다. 당론 변경과 관련한 논의 자체를 부정하고, 일부 친박 의원들이 제기한 절충안이나 무기명 투표를 통한 결정 제의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이견을 수용하지 않는 박 전 대표의 경직된 정치행태에 대해 보수세력 내부뿐 아니라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선진화를 추구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면 좀 더 유연하게 다양성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은 당연하다.

박 전 대표는 집권 여당의 계파 수장으로 대통령을 견제하는 ‘현재의 권력’이자 ‘미래의 권력’이다. 권력은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박사모까지 과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연상시키는 행태를 보인다면 박 전 대표와 지지 세력에 대한 경계심과 우려가 국민 사이에서 확산될 수 있다. 그런 현상이 나타나면 박 전 대표에게 득보다는 해가 될 것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할 수도 있다. 오늘의 시대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리더십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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