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말 폭탄’ 대남공세 역할 분담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북한이 최근 엇갈리는 대남(對南) 신호를 잇따라 보내고 있어 그 의도와 내부 사정이 궁금하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달 15일 성명을 통해 한국 정부의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을 비난하며 “청와대를 포함해 남조선 당국자들의 본거지를 송두리째 날려 보내기 위한 거족적인 보복성전(聖戰)을 개시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남한 일부 언론의 급변사태 보도에 성전 운운하는 협박이 가당치 않지만 체제 유지와 관련된 문제라면 북의 군부가 긴장한다는 얘기일 수 있다.

북의 대남 협박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한 이래 유화 제스처를 취한 것과 배치된다. 북한 TV와 라디오는 주민에게 협박 성명 내용을 보도하지 않아 대남 엄포용 ‘말(言) 폭탄’일 가능성도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언론이 합동훈련을 보도한 것 자체가 무력시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훈련 시기나 장소를 공개하지 않아 과연 훈련이 있었느냐는 의구심도 생긴다.

군 당국과 한미연합사령부는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CON)이나 대북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의 수준을 격상하지 않았다.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북이 이슬람 계열의 테러 조직들이 사용하는 ‘성전(Jihad)’이란 용어까지 동원한 만큼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안전을 철저히 챙겨야 할 것이다.

북한이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일면 위협하고, 일면 지원을 애걸하는 역할 분담일 수도 있다. 북은 우리 정부가 지난해 10월 제의한 옥수수 1만 t을 받겠다고 조선적십자중앙위원회가 대한적십자사에 통보한 지 불과 2시간 만에 태도를 돌변했다. 이에 앞서 북의 아태평화위원회는 이달 14일 금강산과 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 간 실무접촉을 제의했다. 내일 개성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는 북의 대남 정책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은 국방위원회가 모든 분야를 지배하는 선군(先軍)주의 국가이다. 북의 혼란스러운 모습이 의도적이든 내부 사정 때문이든, 우리는 항상 북한에서 급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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