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이 급한 줄은 알겠지만 핵 움켜잡곤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일 03시 00분


북한은 올해의 주요 목표를 제시하는 신년 공동사설의 대부분을 거짓 선전과 주장으로 가득 채웠다. 1만3000자나 되는 공동사설은 ‘지난해 도처에서 세상을 들었다 놓는 기적들이 창조됐다’면서 ‘번영의 전성기가 펼쳐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배고픈 나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새해 첫날부터 지상낙원이라고 우기고 있다.

북한은 공동사설 제목을 ‘당 창건 65돌을 맞는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로 달고, 경공업과 농업을 주공(主攻)전선으로 삼아 투쟁해야 한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강조했다. 북한 스스로 산업화의 1차 관문도 넘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만큼 북한의 실제 상황은 절박하다. 북한 당국엔 2012년 김일성 출생 100주년과 김정일 출생 70주년을 앞두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30일 단행한 화폐개혁의 후유증 극복도 발등의 불이다. 3대 세습을 위한 사회적 안정도 시급하다.

남한과 미국에 대한 태도 변화는 위기 극복용 지원을 얻기 위한 전술적 선택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지난해 우리 정부를 ‘북남 대결에 미쳐 날뛰는 세력’이라고 비난했으나 올해 공동사설은 ‘대결과 긴장을 격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논조 변화를 보였다. 올해 경공업과 농업에 주력하겠다고 선언한 북한에 과거 남한 정부의 지원은 ‘달콤한 추억’일 것이다. 미국을 향해서도 ‘적대관계를 종식시키자’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북-미 직접대화가 시작됐고 남북 간에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비밀접촉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북은 여전히 남북 대결의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고 있다. 아직은 우리가 북한에 맞장구를 칠 때가 아니다.

북이 진정으로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핵 포기 결단이 가장 효과적인 길이다. 이명박 정부의 ‘그랜드 바겐’은 북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회생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한다는 획기적 제안이다. 북이 핵을 버리면 회생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 남한도, 미국도 핵을 포기한 북을 배척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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