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곽금주]‘엄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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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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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자마자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는 다음 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입시설명회를 통한 정보수집이다. 올해 입시설명회도 그 열기가 대단하다. 신종 인플루엔자와 혹한에도 불구하고 입시설명회장은 입학정보를 얻으려는 학부모과 선생님, 학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입시설명회에서는 행사 시작 전부터 1000여 명의 학생들이 100여 m의 긴 줄을 이루었다. 학부모의 정보수집 열기 또한 수험생들 못지않다. 새벽부터 기다려 대기표를 받고 오후 상담을 기다리는 학부모, 하루 직장휴가를 냈다는 아버지도 있다. 입시에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학생들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입시 관련정보를 얻기 위해 이사도 불사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입시정보를 얻고, 유명한 선생님이 있는 학원을 보내기 위해 많은 학부모는 강남학군 근처로 이사를 오고자 한다. 이에 따라 그 지역의 아파트 전세금이 치솟는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한다.

최근 알파맘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자녀교육에 기업경영 개념을 도입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엄마들이다. 이들은 특목중 특목고 명문대 같은 목표를 정해 놓고 진학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녀의 일상을 시간표를 짜서 관리한다. 자녀교육에는 주로 학원을 활용하는데 엄마의 경쟁력은 ‘정보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력이란 주로 학원가 정보와 주변 사람들의 정보에 제한된다. 자녀들의 발달과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정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습관적으로 주변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정보 무시하고 습관대로 선택


인간의 속성 중 하나가 어떤 행동이 습관적일수록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무시하고 습관대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바스 베르플랑켄 노르웨이 트롬쇠대 교수팀은 습관의 강도와 필요한 정보량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먼저 실험 참가자들을 습관의 강도에 따라 강한 습관을 지닌 집단과 약한 습관을 지닌 집단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가상의 상황을 제공한 후 과연 그들이 그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관찰했다. 이때 자신의 습관대로 행동하지 않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그 정보를 얼마나 활용하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습관이 강한 사람은 다양한 정보가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오로지 습관대로 행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인간은 풍부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지 않고 자신이 해왔던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자녀교육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많은 학부모가 습관적으로 주위의 다른 학부모들의 교육방식을 쫓아가고, 자녀들의 발달단계나 전문적인 정보나 지식을 외면한다.

자녀들은 발달단계마다 강조하고 키워줘야 할 발달과업을 가지고 있다. 그 시기마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특성을 고려해 이에 맞는 양육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를, 중고등학생인 자녀를 마냥 3, 4세 식으로 생각하고 다루어서는 안 된다. 아이마다 성격이나 특성도 모두 다르다. 같은 형제라도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저 한두 자녀만을 키워온 경험으로 두 아이를 비교해 판단하고 결정하고 양육하는 것은 문제다. 부모도 이런 정보와 지식을 전문가로부터 습득하고 배워야 한다. 즉 전문가에 의한 ‘학부모 코칭’이 필요하다. 입시설명회나 어머니들의 사적인 모임을 통한 정보 공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체계적 상담을 해줄 전문가 코치가 학부모들에게 필요하다.

이미 외국에는 여러 가지 부모 교육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전문적인 교육 기술을 제공하는 워크숍을 개최하고, 훈련된 전문가의 주도 아래 학부모들이 모여 경험을 나누고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일대일 개인 양육 코칭, 아버지나 조부모와 같은 어머니 이외의 양육자를 위한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학부모도 코칭이 필요하다


김연아가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개인의 자질과 노력도 중요했지만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노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 팀이 4강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선수들의 땀과 함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과 주변 어머니들의 말만 믿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도 때로는 아마추어다. 앞으로는 전문가들에 의한 체계적인 코칭을 통해서 아이들 잡는 치맛바람이 아닌, 진정으로 자녀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는 유쾌한 치맛바람이 필요하다.

곽금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심리학 kj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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