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상대]인류애 실천하는 자발적 기부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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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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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자선의 계절이다. 경제가 어렵지만 올해도 따뜻한 나눔의 손길이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국제 기부선진국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다. 기부문화는 국가의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과 함께 개인 차원에서도 기부가 가진 자만이 아닌 대중적 문화로 정착했다. 다양한 기부조직이 형성돼 부의 축적과 함께 기부를 통한 활발한 재분배가 이뤄진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자선활동 국가로 꼽힌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부호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때문만은 아니다.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인들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액수는 3000억 달러가 넘었다. 2006년 기준 개인 기부 참여율은 83%, 평균 기부액은 113만 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력에 비해 개인 기부 참여 규모와 액수가 아직 작은 편이다. 2007년 개인 기부 참여율은 55%였고 1인당 연평균 기부액은 10만9000원이었다. 전체 모금액에서 개인 기부액의 비율은 지난 몇 년간 많이 늘었지만 개인 기부 참여는 35% 정도로 미국의 80%, 세계 평균 69.5%엔 크게 못 미친다.

다행히 기부문화도 최근에는 발전하는 중이다. 기업 중심의 홍보성 기부가 개인의 자발적 기부문화로 크게 확산됐으며 기업도 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기부활동을 적극 장려한다. 개인적으로도 자원봉사에 나서는 시민이 많아 태안반도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는 기적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한국만의 기부문화라 할 것이다. 자선콘서트 참가나 기부상품 구매를 통한 기부, 신용카드 포인트나 마일리지의 기부 등 혁신적인 방법도 속속 등장했다. 주요 기업은 자선을 위한 사회적 기업의 설립과 지원에 나섰고 부유층의 자선재단 설립도 활성화됐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늘면 기부도 늘어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1달러를 기부하면 19달러의 부가수익이 생긴다고 한다. 자선이 경제성장을 유도하므로 선진국에서는 기부를 애국행위이자 의무로 여긴다. 성공한 기업가는 반강제적인 기부금을 내는 대신 스스로 재단을 설립하고 자선활동을 지원한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인류를 위해 봉사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은 대표적 예다. 지금은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지만 21세기 최강국이 된 미국의 저력은 첨단 자본주의의 기반 위에서 스스로 가진 것을 나누려는 일반인의 기부의식과 부유층의 자선정신이 아닐까.

정부는 국내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IVI)를 지원하여 인류를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백신개발 사업을 주도한다. 국내적으로 기부는 소득격차에 따른 사교육 등 기회의 불균형과 빈부격차의 악순환의 현실에서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다. 국제적 기부는 인류애와 인류평등을 실현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한다. 신종 인플루엔자가 전 인류를 위협하듯 지구촌 시대에 보건, 환경, 노동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 국제적 기부는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 될 수 있다.

DAC 가입으로 한국은 국제원조의 수혜국에서 국제기부의 선진국으로 공인을 받았다. 국제원조가 기부선진국의 척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도 명실 공히 기부선진국으로서 국내는 물론이고 인류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욱 앞선 기부문화를 확립해 나갔으면 한다.

박상대 국제백신연구소(IVI) 한국후원회장 ·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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