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준택]科技연구 춤추게 하는 민간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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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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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이끈 3대 축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이 중 정부출연연구기관은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출범한 이후 40여 년 동안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환경공학기술(ET) 우주공학기술(ST)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에 큰 기여를 했다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과학기술통계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세계 31위(2008년 기준)이지만 과학경쟁력은 5위, 기술경쟁력은 14위다. 그만큼 과학기술 경쟁력이 우수하고 전망 또한 밝다. 과학기술력은 성장으로 이어져 지난해 국내총생산 기준 경제규모가 세계 15위였고 국민총소득도 비슷한 순위를 유지했다. 이런 성과 뒤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과제도 많다.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2만1530달러로 세계 49위에 머물렀다. 3만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과학기술을 통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다. 정부의 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민간분야의 기부가 활발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투자가 10년 후 미래를 위한 장기적 처방이라면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투자는 10년 이내 성과를 위한 단기적 중기적 처방이라 말하고 싶다.

정부가 연구개발 분야의 기초 또는 원천투자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는 중이지만 혜택은 대학에 집중되고 있다. 민간분야에서 이어지는 기부도 마찬가지다.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된 전국 사립대의 기부금 총액은 지난해에 4850억 원에 이른다. 기부자들은 한결같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에 대한 기부라기보다는 크게 봐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기부로 볼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기부는 보기 드물다.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에는 세계 수준의 과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험실 불을 밝히고 있다. 박사 후 연수 연구원이나 학생의 양성에도 큰 몫을 한다.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인재교육을 수행하는데도 기부 사례가 전무한 이유는 뭘까?

한국과 달리 외국에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연구 프로젝트에 대한 대규모 기부가 활발하다. 미국의 록펠러 재단은 과학 분야의 지원을 통해 1930년대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케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망원경인 직경 10m 크기의 켁 망원경은 켁 재단이 필요한 자금을 1985년에 지원함으로써 가능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빌 게이츠 재단은 국제백신연구소의 각종 연구프로그램에 1억17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민간 분야의 이 같은 기부는 미국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240명을 배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민간분야의 기부는 절실하다. 우리는 연구시설이나 건물을 세우거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기부자의 이름을 붙일 용의가 있다. 연구 성과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면 기부자는 세계적인 과학자를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당긴 주인공으로 추앙받을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에 대한 대규모 기부가 가능한 문화적 제도적 기반이 조만간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그리하여 세계적이고 독창적인 연구 성과가 창출돼 온 국민의 꿈인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리라 확신한다.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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