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車부품 산업 글로벌화 가능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8일 03시 00분


자국(自國)산 부품을 선호하는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이 올해 10월 서울에서 한국의 25개 부품업체를 초청해 구매 설명회를 가졌다. 협력 관계인 한국 부품업체를 현재 5개사에서 50개사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르노닛산도 한국 납품업체를 현재의 28개에서 2013년까지 최대 100개사로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2011년부터 부산에서 생산한다. 르노의 완성차 공장 12곳 중 자동차용 대용량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국내 자동차부품 업계가 쟁쟁한 자동차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게 된 것은 우수한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덕분이다.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유수한 자동차부품 업계가 경영난에 빠졌지만 우리 업계는 꾸준한 기술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호기를 맞게 됐다.

때마침 핵심 자동차부품이 전기전자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어 역사가 짧은 국내업체들도 선두로 나설 수 있는 좋은 여건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와 관련이 없어 보였던 LG화학이 미국 GM과 현대·기아차에, 삼성SDI는 독일 BMW에, SK에너지는 일본의 미쓰비시 후소사에 배터리를 각각 납품하기로 했다. 기존 부품의 고급화와 함께 각종 센서 등 전기자동차용 부품 개발에 따라 시장은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 2007년 기준 자동차 부품산업의 고용인원은 17만 명이지만, 수출이 늘어나면 일자리도 더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부품 업계의 매출 가운데 수출비중은 작년에 21%로 일본 미국 부품업계의 절반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납품업체로 선정되면 일정한 매출과 이익이 보장돼 해외시장 개척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계의 지각변동을 계기로 완성차에 의존하는 ‘온실 속 영업’에서 벗어나 대형화 전문화 글로벌화를 통해 도약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세계 자동차부품업계 1위인 독일 보쉬의 작년 매출은 72조5000억 원으로 삼성전자(72조9000억 원)와 비슷했고 2위인 일본 덴소는 35조 원이었다. 일반기계분야 우량기업은 보통 매출의 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만 이들은 8% 안팎을 투자했다. 국내 부품업계가 본받을 점이다. R&D는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우수한 기술 인력의 원활한 공급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하다. 부품소재 산업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면 정부와 학계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