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택]역사 뒤집기와 바로 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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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2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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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민간단체인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가 개최한 ‘친북반국가행위자 인명사전 편찬 관련 기자회견’은 졸지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추진위가 1차로 선정한 친북반국가행위자 100명에 ‘김대중 노무현은 없다’는 답변에 수십 명의 보수 우익 인사가 들고일어났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의 고영주 추진위 위원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해 친북반국가행위자 명단을 작성해 공개하기로 한 추진위는 명단이 공개될 경우 예상되는 당사자들의 반발과 법률 분쟁에 대해서는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날 이후 친북 인명사전 편집진은 숙의를 계속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현재 살아서 활동하고 사회적 악영향이 큰 사람들 중심으로 친북반국가행위자 명단을 만든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할 예정이었던 1차 명단 100명 발표는 더 많은 논의와 검토를 위해 내년 1월 중순으로 미뤘다. 명단이 나온 뒤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추진위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좌파정권 10년에 걸쳐 우리 사회 각계의 중심권력이 된 친북좌파 세력을 고발하기 위해 갈 길이 얼마나 먼지를 보여준다.

고 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하고 있다”며 정부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게 대단히 중요한데 정부가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이 심각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보수우파 정권이 출범한 지도 벌써 2년이 다 돼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 깊이 박혀 있는 좌파정권의 역사 뒤집기용 말뚝들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만 해도 내년 4월은 돼야 활동이 끝난다. 각종 과거사 관련 위원회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문제는 이제는 집권당이 된 한나라당도 책임이 작지 않다. 2005년 4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진실·화해 기본법’을 합의 처리해줬다. 조사 대상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에 의한 테러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를 조사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좌파세력이 주도한 진실위가 이 내용이 포함된 진실·화해 기본법 제2조 5항을 사실상 사문화했는데도 모른 척했다. 이제라도 이 조항을 살려내야 한다. 부당한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규정된 좌익사건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진실위가 남은 임기에 해야 할 일이다.

한나라당은 민주화운동유공자 보상심의위원회가 남민전(南民戰) 사건, 부산동의대 사건을 민주화운동으로 둔갑시켜 보상금으로 국민 세금을 퍼줄 때도 눈감고 있었다. 백번 양보해서 그때는 힘없는 야당이어서 그랬다고 치자. 그러나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당이 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한나라당이 한 일은 민주화운동 보상법 개정안을 3월 국회에 제출해놓은 게 전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국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작업을 언제까지 힘없는 민간인들에게 맡겨놓고 모른 척할 건가.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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