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인찬]鬪論아닌 토론 살려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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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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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 18층 대강당에서는 ‘굿 소사이어티’(운영위원장 김인섭 변호사) 주최로 ‘토론 잘하기’에 관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선진민주사회로 가기 위한 토론문화의 정착’을 주제로 한 이 자리에는 교수, 변호사, 의사, 국회의원 등 50여 명이 모여 저녁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2시간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다.

주제 발표에서 허경호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소송 공화국’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나 법원에 와서야 조정이 이뤄지고 그 전 단계에서 토론을 통해 결과를 내지 못한다. 권위적인 가정과 상명하복의 기업에서도 토론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론 부재의 한국 사회’를 짚었다. 김주환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리더십을 갖고 갈등을 효율적으로 풀어 나가는 것, 다양한 목소리를 융합해 가는 게 ‘굿 소사이어티’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제 발표가 끝나자 현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황두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세종시나 노동문제 같은 첨예한 사회적 이슈에서 토론을 통해 결론이 나기보다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토론을 많이 하면 갈등이 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갈등이 해결돼 가는 과정”이라면서 “다양한 반대 의견을 듣고 ‘그것과 비교해도 내 의견이 맞다’고 생각하면 내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서현 법무법인 세창 변호사는 “국회의원들은 토론에서 다른 의원을 설득하기보다는 국민 홍보에 치중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초선인 강용석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상대방 의견에 설득돼 넘어가면 당장 지지층이 날아간다. TV 토론에 나가서도 ‘내 순서에 내 말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라고 국회의 현실을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 토론 문화의 부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TV 토론마저 ‘투론(鬪論)’으로 불리고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널리 확산될 정도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현실 진단과 더불어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와 입장 바꿔보기 등 기본적인 토론 방법에 대한 의견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교육을 통해 토론 방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 사회에는 이념이나 지역 갈등 외에 빈부 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이나 다문화 사회로 인한 인종 갈등도 두드러지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토론문화의 정립이 시급한 셈이다. 이날 공개 토론회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인찬 문화부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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