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水沒위기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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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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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명품 도시 베네치아(영어로는 베니스)를 수식하는 말은 ‘물의 도시’에서 ‘아드리아 해(海)의 여왕’까지 끝이 없다. 118개 작은 섬들을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놓은 베네치아는 ‘인간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 ‘가장 낭만적인 유럽 도시’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베네치아를 다른 ‘물의 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바다의 도시’라고 불렀다. 베네치아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고색창연한 건물 사이로 난 수로에서 곤돌라를 타고 산마르코 광장에서 맥주를 마신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5세기경 베네토 주민들이 훈족의 침략을 피해 갈대만 무성한 개펄에 이주하면서 베네치아에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동서 중개무역과 외교술로 부를 쌓은 베네치아는 1797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될 때까지 유럽의 문화적 중심도시로 번성했다. 베네치아가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고향이며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과 ‘오셀로’의 무대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베네치아는 영화 건축 미술 디자인 등에 관한 국제적인 축제로 과거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1년에 60번 이상 물에 잠기는 상습 침수 도시가 된 지 오래됐다. 원래 개펄에 수많은 나무말뚝을 박아 만든 지반이 서서히 침하돼온 터에 해수면까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6년 대규모 수재 이후 다양한 대책이 모색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해 베네치아가 침수 위기 때문에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존폐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베네치아가 2030년이면 해수면이 상승해 더는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내놓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곳은 베네치아뿐이 아니다. 몰디브와 방글라데시는 물론이고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2050년이면 완전히 물에 잠길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수몰(水沒) 위기에 처한 베네치아는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인간의 무절제와 탐욕으로 인한 환경파괴 때문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보낸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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