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필]전통술, 특구지정보다 품질관리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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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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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걸리의 대표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포천막걸리의 상표를 일본에서 등록했다고 한다. 김치를 기무치로 표시하여 한바탕 식품전쟁을 치른 터라 많은 국민이 염려하며 지켜봤다. 등록한 사람이 한국기업인이라 논쟁은 수그러지는 것 같지만 과연 포천막걸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세계적 명주로 발전할지는 여전히 숙제이다.

일반적으로 상표는 지적재산권으로 등록자의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한다. 포천막걸리에 포함된 포천이란 지역명칭은 상표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명성이나 브랜드로서의 가치는 주민의 공동재산이므로 국제적으로 상표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검색을 하면 포천막걸리가 특허청에 등록됐다고 나타난다. 허점이 있다는 뜻이다.

지역명칭이 포함된 상품의 이름을 보호하는 방법으로는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의한 지리적 표시제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유럽연합(EU) 기본협정(1996년 2월)에 의해 1998년 주세법에 포도주 및 증류주의 지리적표시 보호를 규정했다. 소비자가 오인 또는 혼동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1999년부터는 농산물 및 가공품에 대한 지리적표시 보호제도를 도입했다.

며칠 전 포천막걸리를 지역 특산품화하기 위해 전통 술특구로 지정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포천에는 8개의 주류업체가 있는데 지역특화발전특구로 묶어 원료재배단지를 조성하고 음식 타운과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등 2019년까지 1200억 원을 투자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어떤 규제를 어떻게 완화해서 포천막걸리산업을 활성화한다는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는다.

포천막걸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려면 상품 자체의 품질과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어떤 이는 지역의 물 때문에 좋다 하고, 어떤 이는 군대시절 고된 훈련 끝에 마셨던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포천에 있는 막걸리업체가 원료 종류와 제조방법을 모두 달리해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

포천막걸리 외에도 산성막걸리나 전주막걸리, 안동소주와 진도홍주, 한산소곡주 등 유명한 전통주가 많다. 지역특산주가 스카치위스키나 코냑, 소흥주와 같은 세계적 명주로 거듭나려면 지역 업체가 고유의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포장 디자인과 브랜드 개발을 통해 스스로 품질을 관리하는 일이 필요하다. 여기에 주세법상의 규제를 완화하고 지리적 표시나 지역특구제도가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이동필 농촌경제연구원 농업농촌정책 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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